조계종 총무원이 인정한 사찰방재시스템 구축 사업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은 2000억 원대의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업자들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찰 부담금을 대신 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 이 사업자들은 조계종 총무원이 사찰방재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인증업체로 사실상 독점적인 사업권을 부여한 업체 대표들이다.

검찰은 업체 대표 김모 씨와 이모 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이들과 공모해 자부담을 업체에 대신 내게 한 28개 사찰의 전·현직 주지 가운데 받은 돈을 공탁한 25명의 주지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공탁금을 내지 않은 3명의 주지는 약식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사행 행위·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재민)는 지난달 중순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계종 전통사찰 방재 예측시스템 구축 사업 담당 업체 2곳 대표 김모 씨와 이모 씨를 불구속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등은 전국 28개 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하며 사찰 주지와 공모해 사찰이 내야 할 자부담금을 대신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사찰에서 자부담금을 내야 국가에서 보조금이 나왔는데 자부담금을 내기 꺼리는 사찰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업체가 사업을 따내려고 사찰 부담금 20%를 대신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는 1억짜리였지만 실제로는 8000만 원짜리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사기혐의가 적용됐다"며 "공사비를 절감해 수익을 챙기거나 유지보수 사업에서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지원사업은 2012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조계종 종단 소속 전통사찰 938곳에 전기화재예측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규모는 2500억 원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각각 1000억 원씩 보조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사찰이 부담한다.

예를 들어 한 사찰의 사업규모가 1억 원이면 국가보조금과 지방비가 4000만원(40%)씩 총 8000만원이 들어가고 나머지 2000만원은 사찰이 부담하는 식이다.

이번에 적발한 28개 사찰의 방재시스템 사업규모는 총80여억 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 65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보조금은 총 1340억 원으로 사찰 732곳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모두 조계종 총무원이 인증업체로 선정해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들 업체를 선정하면서 ‘불자기업’을 선정기준으로 삼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선정 절차를 밟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이 재판에 넘겨진 한 업체는 전기안전공사 등이 사람이 상주하는 곳에는 사용할 수 없는 자동재폐로형 누전차단기를 적용해 사업을 수년간 진행하다가 문제가 공론화 되자 일반누전차단기로 바꿔 시설하기도 했다.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은 지난해 불교개혁행동 등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이 보조금 지급과 자부담 대납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당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방재시스템을 구축한 사찰 640여개를 전수 조사에 나섰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18개의 문제 사찰을 발견하고 추가 정밀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이 기사는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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