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광국사탑 옥개석의 아미타불 조각. <사진 제공=문화재청>

일제 강점기 당시 불법 반출과 한국전쟁 당시 유탄에 맞아 크게 훼손된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보존처리한 과정을 담은 보고서와 도록이 발간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2017년에 진행된 보존처리 사업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복원 Ⅱ》와 도록 《고려 미(美》)·상(想), ‘지광국사탑’을 보다》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2017년 한 해 동안 진행된 보존처리 과정, 조사연구 결과, 학술연구 성과가 상세히 담겨 있다.

연구소는 한국전쟁 때 옥개석을 비롯한 탑 윗부분이 여러 조각으로 파손된 지광국사탑을 1957년 복원하면서 사용한 모르타르와 철근을 제거한 과정을 소개했다.

모르타르는 지광국사탑 복원 당시에는 최신 재료였지만 탑재와 모르타르 간 균열, 백화현상, 균열, 박리박락, 입상분해 등 부작용이 있는 복원·보수재료다.

연구소는 1957년 복원 당시 사용된 모르타르의 성분을 분석하고 중성화 정도, pH 등을 측정해 표면 손상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소는 조각난 지광국사탑 부재를 결합하는데 사용할 재료 개발에도 착수했다. 기존에 결합재 재로로 많이 사용한 에폭시 수지는 석재면 탈락, 이질감, 자외선으로 인한 황변성 현상 등 문제점이 있었고, 산화마그네슘 인산염 무기질 결합재는 백화현상의 원인이 되는 백색염을 형성해 석조문화재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연구소는 새로운 결합재 개발에 착수해 유기질 성질을 혼합해 성능을 개선한 무기질 결합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소는 결실 부위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연구소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구소가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을 조사해 파괴된 옥개석 부재가 원래 형태·위치와 다르게 복원됐음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모르타르를 제거한 부재와 결실 부재용 기준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 1/3 이상 파손·결실된 보주, 보개, 보륜, 앙화, 옥개석 등 5개 부재를 3차원 입체(3D) 스캔하고, 그 과정과 성과를 수록했다.

도록에는 지광국사탑의 아름다운 조각과 문양에 담긴 종교적 의미와 상징, 탑 세부와 해체된 부재 사진, ‘지광국사탑과 법상종’을 주제로 지난해 6월 개최된 학술심포지엄 발표 논문 6편, 지광국사비 탁본, 지광국사비문 역주 등이 수록됐다.

지광국사탑 유리건판을 조사할 때 발견한 한글 묵서도 눈길을 끈다. 한글묵서는 탑신과 기단부에 씌여 있었는데, ‘다’, ‘긔묘’, ‘여긔서’ 등 20세기 초까지 사용된 표기법이 남아있다. 연구소는 “지광국사탑에 남아있는 한글 묵서는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한글 용례를 살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지광국사탑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에 세워졌던 해린(海麟, 984~1070) 스님의 사리탑이다.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으로 가장 화려하고 개성적인 승탑으로 꼽힌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광국사탑을 보존처리하기 위해 2016년부터 탑을 해체하고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옥개석과 하층기단 갑의 부재를 찾았으며, 석재의 산지를 추정하고, 과거 복원 과정에서 뒤바뀐 옥개석의 위치를 바로잡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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