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북 스님.

스님께서는 우리 재단법인 선학원 분원인 강남포교원 분원장으로서 최근 세 편의 글을 연거푸 교계매체에 기고하셨습니다. 스님의 오랜 도반인 이사장 스님과 이사회를 비난하는 내용이더군요.

20년 만 쓴 글이 ‘비난을 위한 비난’

<불교신문>에서 스님의 법명을 검색했더니 책 간행 기사를 제외하면 1996년 4월 이후 지상에서 거의 종적을 감추셨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10월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결성 때 다시 등장하셨으니 무려 20년 만에 강호(江湖)로 돌아오신 겁니다. 스님께서 돌아오셔서 하신 첫 행보가 “선학원의 탈종단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니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니 제 표현이 다소 거슬리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글을 보고 든 첫 생각은 ‘과연 이 글에 대응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청맹과니, 후안무치한 철면피, 뻔뻔스럽다, 몰염치한 자들, 이사장의 꼭두각시, 아첨하고 아부하기에 급급한 모리배”라는 악의적이고 자극적 표현을 총동원해 쓴 스님의 글은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스님의 글을 읽고 몇 가지 생각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재산 반환 요구는 조계종에 바치겠다는 것?

첫째, 스님께서는 “재단의 임원자리를 유지하고 싶거든 이에 거부하고 비판하는 구성원들을 그들이 제공한 재산과 함께 재단에서 방출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거두절미하면 분원의 재산을 선학원에서 빼달라는 말씀이지요.

현재 이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하신 말씀은 재단 이사회를 스님이나 스님과 함께 하는 분들이 차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산을 빼달라’는 명분을 세우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한 것이어서 저는 별로 괘념치 않습니다. ‘현 이사회가 설립조사들의 이념과 각 분원의 재산을 잘 지켜주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재산을 빼달라’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웃기는 일일 테니 말입니다.

스님께서 빼달라는 분원 재산이라는 걸 한 번 살펴보죠. 우리 재단 분원의 창건주나 분원장 스님들이 출가할 때 속가에서 가져온 재산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과문(寡聞)해서인지 몰라도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절집 재산 대부분은 신도들의 정성어린 시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 삼보정재를 빼서 어쩌자는 건지요. 사유화 하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조계종에 바치겠다는 것입니까?

주무관청 허가 받아야 기본재산 멸실 ‘상식’

잘 아시다시피 절집 재산을 등록한다는 것은 희사한다는 뜻이지요. (재)선학원에 등록한다는 것은 법인 설립취지에 동의한다는 걸 전제로 한 법률행위입니다. 선학원에 최초로 사찰을 등록하는 사람은 출가자든, 재가자든, 조계종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자신의 사후(死後)에 자신과의 인연으로 형성된 삼보정재가 속가로 흘러들어가거나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전한 선학원에 희사하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이사회는 재단의 재산이 멸실되지 않고 각각의 사찰이 영원히 보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스님께서 이사를 역임하셨으니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스님께서는 “재단에서 나가고 싶으면 재산은 놓아두고 사람만 나가라는 식은 오만함을 넘어 도를 넘는 폭거”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대단히 죄송하지만 너무나 무지(無知)한 말씀입니다.

스님의 지위나 학식 정도면 다 아시겠지만, 재단법인은 일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재단)에 법적 인격이 부여된 단체로서 비영리와 공익을 목적으로 하므로 각종 면세혜택이 주어집니다. 토지수용 등으로 인해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을 일부라도 처분하거나 기본재산이 증가할 때에도 정관의 변경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지요. 만약 재단에서 ‘방출’되고자 하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법인의 재산 증감은 이처럼 엄격한 과정을 거치므로 재산을 갖고 나가는 것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다른 사람이 성열 스님의 이름을 빌려 쓴 글인가’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재단법인의 경우에는 조계종과 같이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주지가 임의대로 토지를 매각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재산을 넣었다 뺐다 하거나 절을 사고팔기를 원한다면 애초에 우리 선학원에 등록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기왕 등록한 스님이 ‘방출’을 희망한다면 재산은 놓아두고 사람만 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요.

종단에 부역 미래포럼에 재단 미래 못 맡겨

게다가 스님께서는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이사들이 종단으로부터 멸빈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있는데, 그들은 이것을 재단을 위해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깎아내리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 재단을 장악하고 소유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행해지는 조계종의 부당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몇몇 임원 스님들이 멸빈을 당하면서까지 거대한 조계종단과 맞서는 것은 오직 재단에 등록된 삼보정재를 지키고, 선학원을 설립한 조사 스님들의 설립이념을 받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나 임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특히 자칭 ‘선학원 미래포럼’이라는 도당을 형성해 조계종단에 부역하는 몇 안 되는 승려들이 우리 재단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스님께서는 당신이 재단의 전(前) 이사였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마치 스스로 정의의 여신, 디케라도 된 것처럼 현 이사회가 그르다고 비판하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부터 24년 전인 1995년 일입니다. 요즘 종단의 권승들이 우리 선학원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24년 전엔 반대하더니 지금은 정관 개정 수용?

조계종은 우리 재단의 △명칭에 ‘대한불교조계종’을 삽입할 것, △목적에 ‘조계종 종지를 봉대하고’를 삽입할 것, △임원 선출에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추천하고’와 ‘수행학덕이 탁월한 조계종 재적승려로’를 삽입할 것, △해산시 ‘잔여재산을 조계종 총무원에 귀속한다’를 삽입할 것, △정관개정시에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를 삽입할 것 등을 골자(骨子)로 하는 정관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재단 이사회 임원들은 정관을 개정해 재단을 장악하려는 조계종에 맞서 제적원을 제출했었는데 그 중 한 분이 스님이셨고, 자칭 ‘선학원 미래포럼’ 대표를 맡은 자민 스님도 함께 했었습니다. 잊지 않으셨죠? 그랬던 스님께서 “법인관리법이나 특별교구법을 받아들이라”는 선미모의 고문을 맡아 재단을 공격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니 이제는 예전에 스님께서 지키셨던 법인의 인사권과 재산권, 운영관리권을 조계종에 넘겨주고 권승들에게 예속돼도 좋다는 것입니까? 당시의 소신을 오늘날 헌신짝처럼 버린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셋째, 스님께서는 “교계의 언론들을 주시하건대 작금의 선학원사태에 대해 오불관언하는 것 역시 언론으로서 옳지 못하다고 본다. 이제 이해관계를 넘어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친(親) 조계종 불교매체 세 곳이 약속이나 한 듯이 우리 재단 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숱하게 많은 조계종 권승들의 범계행위와 지탄받는 소행에 대해 침묵하면서 종권분자들과 대척점에 선 인물들에 대해서는 칼날을 들이대는, 그들 언론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말씀도 못하십니까? 스님께서는 그들을 향해 해야 할 이야기를 엉뚱한 곳에 하고 계십니다.

‘재단 정상화’? 선학원 뒤엎자는 거짓선동

넷째, 스님께서는 “선학원에 귀속된 창건주나 분원장들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모두 들고 일어나 재단의 정상화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거나 “재단이 파행적으로 치닫는 것을 더 이상 놓아두지 말고, 전국의 창건주ㆍ분원장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이 파행을 막아야만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한 마디로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에게 현재의 선학원 체제를 뒤엎으라고 선동하시는데 글쎄, 그게 가능할까요? 그런 거짓선동에 휘둘릴 정도로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이 사리판단도 못하신다고 보십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님이나 스님을 부추기는 인물들이 선학원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칩시다. 그 다음엔 미래포럼이 그토록 갈구하던 법인법과 특별교구법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오래지 않아 재단 이사회에 조계종 권승 무리들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재단은 망하게 될 텐데 스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 그것입니까?

‘임원 비판하면 창건주 박탈’ 거짓뉴스 유포

다섯째, 스님께서는 “임원들이 하는 일을 비판하면 창건주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식의 말도 되지 않는 결의를 하였다”고 하셨는데, 우리 이사회는 그런 결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 재단은 창건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는 엄격(嚴格)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의해 엄정(嚴正)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두 개 들겠습니다. 하나는 최근 지방의 어느 분원 창건주 겸 분원장이 재단의 공문을 임의로 조작하고 가짜 직인을 찍어 정부 기관에 제출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도 이사회는 창건주를 박탈하기보다 사건 당사자로 하여금 문도회에 창건주 포기각서와 분원장 사직서를 내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별개의 문제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 재단에서 유일하게 창건주를 박탈한 부산 보광사 건입니다. 보광사 신도가 재단에 진정함에 따라 이사회에서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당시 부산 보광사 창건주 H 승려는 재단에서 분원장 임명도 받지 않고, 재단의 기본재산에 대하여 재단 이사회와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도량 내에 무허가 건물을 신축, 임대하였고 △이 무허가 건물을 원상회복하지 않아 과징금을 납부하였으며 △기존 도량 내 주차장을 무단으로 임대하고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 임차인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었으며 △보광사의 비품을 외부로 빼돌리거나 △법당 지붕 위에 골프연습장을 만드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를 하였고 △성매매 알선 등 법률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의 형을 받음으로써 △조계종 호계원에 성매매사건(승풍실추)으로 제적의 징계에 회부되는 등 다수의 문제를 일으켰으므로 재단의 정관 및 규정에 의해 여법하게 창건주 박탈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H는 수차례에 걸쳐 감사에 불응함으로써 재단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를 저지른 바 있습니다.

부산 보광사 창건주 권한을 박탈당한 H는 2018년 9월 재단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하여 법원에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창건주 박탈 과정이 정당했고 H의 행위가 재단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창건주 권한 박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가처분을 기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실제가 이러한데도 스님께서는 “임원들이 하는 일을 비판하면 창건주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결의를 하였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림으로써 이사회와 분원을 이간질하고 계십니다. 이러시는 게 분원들을 당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불순한 의도인 것 같은데, 만약 그 근거를 대지 못하신다면 법적 책임을 지셔야 될 수도 있습니다.

권승 비리·부패는 ‘침묵’, 재단 일엔 ‘날선 비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스님께서는 한때 재단의 이사로서 법진 스님, 자민 스님과 함께 조계종의 부당함에 맞서서 강경하게 투쟁했던 이력을 갖고 계시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십니다. 한국불교를 망치는 주범들의 비리와 부패, 범계 행각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하지 않으시면서 동국대 동문으로 가까운 도반이었던 법진 스님 때리기에는 열을 올리십니다. 저는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저들의 조종이나 농간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스님께서는 “평소 침묵이 미덕이라 믿어 어지간하면 침묵을 지켰으나 부끄럽고 창피하여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고 하셨습니다. 조계종 권승들에 대해서는 ‘침묵의 미덕’을 지키면서, 재단의 일에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침묵을 깼다면 도대체 그 기준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흔히 말하는 고무줄 잣대 아닙니까?

제가 볼 때 스님께서 진실로 부끄러워하셔야 할 것은 임의로 이중잣대를 들이밀고 사적(私的) 감정에 매몰되어 악의적이고 거짓으로 가득 찬 글을 남발하는 것입니다. 하긴 스님께서 그런 걸 살피는 분이라면 이러지 않으셨겠지요. 스님에 대한 대중들의 평판과 신망을 스스로 저버리시니 참 안타깝습니다.

한북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 중앙선원 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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