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수리하면서 1~2층과 3~6층 적심(積心, 석탑 내부에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돌과 흙으로 쌓아올린 부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쌓아 원형이 훼손됐으며, 적심석 사이의 틈을 메울 충전재를 새로 개발하고서도 황토를 섞은 충전재를 사용했다는 감사원 결과 나왔다.

감사원(원장 최재형)은 3월 21일 공개한 ‘국가 지정 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이 같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기존 적심석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사각형 형태로 다듬은 새 돌을 사용하기로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2층 적심을 새 돌로 쌓았지만 3~6층 적심은 돌을 쌓는 방식과 기존 부재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기존 적심석을 사용해 쌓았다.

문화재를 수리·복원할 때는 원형을 변형·왜곡하거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내·외부를 원래 구조와 형식으로 유지해야 하며, 가능한 한 원래 부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업무지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적심부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는지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시공하다가 돌 쌓은 방법을 원래대로 바꾸면서 석탑 아래와 위 적심을 서로 다른 형태로 일관성 없이 복원했다”고 지적했다.

▲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 시와 축석 후 평면 비교. <사진 출처=감사원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감사보고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또 장기적으로 적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심석 사이 틈을 메우는 충전재로 사용된 시멘트를 대체할 무기질 보수재료를 개발해 놓고도 흙과 비슷한 색상을 낼 수 있다는 이유로 황토를 섞은 재료를 충전재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3층 이상 적심에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기존 부재를 사용하도록 설계를 바꾸면서 돌 사이 틈이 많아졌다”며, “강도가 충분하고 내구성이 강한 충전재가 필요한데도 황토를 섞은 충전재로 바꾸면서 그 사유와 타당성을 묻거나 연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적심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므로 적심석을 쌓는 방식을 바꾸거나 기존 적심석을 다시 사용할 때는 중요한 설계 변경 사항으로 보고 그 사유와 타당성 여부를 자문하거나 연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미륵사지 석탑의 구조 안정성을 검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도록 통보했다. 또 앞으로 문화재를 보수할 때 원래 구조와 형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축석 방식 보존,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고, 실측 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 처분을 내렸다.

한편,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감사원 감사와 관련 3월 21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 내부 상·하 적심 구성이 달라진 것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2016년 신석재 과다 사용과 기존 적심석의 역사적 가치 보존에 대한 문제가 논의돼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 위원회 검토를 거쳐 구석재를 재활용해 보수했다”고 덧붙였다.

또 황토를 섞은 충전재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황토 배합 충전재는 실리카퓸보다는 성능이 낮은 편이지만 흙, 석회 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라며, “지금까지 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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