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야 예쉐 스님이 인도의 불가촉천민들과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보리심재단>

영성 작가이며 보리심재단 (Bodhicitta Foundation)의 창설자인 아야 예쉐 (Ayya Yeshe, 혹은 예쉐 쵸드론)은 공동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인다. 보리심재단은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명상과 영적 지도뿐만 아니라 음식, 교육, 건강관리, 상담, 자립을 위한 기술 교육 등을 제공한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던 17세에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네팔과 인도를 여행하던 중 불교를 만났다. 1년 동안 여러 사찰에서 불교를 공부하며 수행하고 다시 호주에 돌아와 시드니의 불교센터에서 일하며 수행을 계속했다. 23세에 계를 받았지만 남성 티베트 승려들만 대우하는 차별에 그녀는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친구들 집이나 정원의 창고에서 지내며 걸식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에이즈 호스피스병동, 마약 및 알코올 치료센터 등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던 그녀는 2004년에 다시 인도로 돌아간다.

거기서 공부와 명상 수행을 계속하다가 수많은 불가촉천민을 불교로 개종시킨 암베드카르의 뜻을 잇는 참여불교활동가들과 만났다. 불가촉천민들이 비참한 생활인데도 삶을 향상시키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부다가야에서 외국인 불자들의 냉방장치가 잘된 대리석으로 지어진 거주지와 빈곤에 쩐 인도 하층민들의 삶 사이의 큰 간격을 목격했어요. 불교센터 대부분이 전면에 높은 철조망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었죠. 저는 부처님은 이 장벽의 어느 쪽에 계실지 궁금하더군요.”

인도의 엄격한 카스트제도 아래에서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은 자주 가정폭력, 노동력 착취, 조기 결혼, 질병, 그리고 빈곤의 피해자들이다. 여성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대부분의 차별을 참아야만 한다.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아야 예쉐는 이런 문제들의 해결은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그들 자신의 내적 선함과 잠재력을 깨우고 더 깊은 내적 자원과 회복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평화를 경험한 사람들은 갈등을 풀어가는 더 나은 기술을 갖게 되고 서로서로를 더 좋게 대하게 된다.

“불가촉천민 사회의 마틴 루터 킹이라고 할 수 있는 암베드카르는 승려들을 사회운동가로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승려와 나누고 싶어 하죠. 우리 수행자들은 가족도 없고 부유한 세대와 얽혀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 힘든 세상의 횃불이 될 자유를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찰에서 만들어내는 귀의와 평화의 공간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이 고통스런 세계에 직접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무아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공기, 물, 농부, 음식, 부모, 지구, 태양 등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영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상호 의존하는 존재의 신비를 돌보고 모든 존재들, 즉 우리 과거생의 모친이었던 그들과 하나 됨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불가촉천민의 영적 가족이 돼주다

그녀가 이끌고 있는 보리심재단은 현재 잘 훈련된 17명의 스태프들로 구성되다. 스태프 대부분도 빈민가 출신으로 교육을 통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온 사람들이다. 재단은 영양실조의 어린이들에게 연간 6000끼의 식사를 제공하며 학교에서 무료 방과후 수업을 받는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보다 충실한 추가 교육을 실시하고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미용 테라피, 컴퓨터, 영어, 재봉 등을 습득하게 하는 등 불교수행과 안녕, 건강관리, 음식 제공, 주택 개선, 청소년 교육, 직업 기술 교육 등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재단이 운영하는 여성 쉼터에는 30여 명이 머물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보리심재단에서 저를 지원해주는 영적 가족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저의 삶에 대해 물어보고 제게 말할 권리를 주었어요. 저는 아야 예쉐를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강한 여인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비록 너무 피곤해서 그녀의 법문을 다 알아듣고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가르침의 중심은 자비로울 것, 그리고 선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보리심재단에서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어요. 또 재단에서 재봉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적게나마 돈을 좀 벌고 있고 좀 더 독립적이 될 수 있답니다. 남편에게 돈 달라고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출처: 보리심재단 홈페이지, 사생활보호 및 안전을 위해 실명은 밝히지 않음)

이 이야기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녀가 4살 때부터 정신병을 앓기 시작해서 어머니가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유치원을 마치고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12살 때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으나 이듬해 부친의 정신병이 심해졌고 그녀는 학업을 중단하고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돌보았다. 13살 때 아버지가 돌연 실종되었고 18살에 모친의 강요로 결혼을 했으나 그녀는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와 남편의 억압과 폭력,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떠날 수 없었다. 인도에서 결혼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일, 또 가족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 아들을 먹여 살리고 보살피며 교육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의 나이 42살, 아들들은 제 각각의 삶을 개척했으며 그녀는 이제 보리심재단에서 삶의 희망을 보고 있다.

아야 예쉐와 함께 계를 받은 15명의 수계자 중 지금까지 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야 예쉐와 다른 1명뿐이다. 티베트에서 계를 받은 서구 출신 여성 출가자 중 75%가 환속하고 마는데 이는 그들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들은 비구들과 동등한 지원을 받지 못하며 영적 지도자로서 인정받지도 못한다. 아야 예쉐는 티베트불교의 가부장적이고 민족중심주의를 종식시키기를 원한다. 활동가들, 그리고 수행의 깊이를 더하고 지속가능한 생계를 얻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넓은, 그리고 보다 영구적인 생활 공간을 만들기를 원한다.

“저에게는 이런 활동들이 바로 승려로서의 일입니다. 불가촉천민들에게 부모가 되어주거나 좋은 친구, 상담자가 되어주는 것이죠. 단지 한 가정이나 반려자, 혹은 자신의 아이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보리심재단: https://bodhicitta-vihara.com

이 기사는 〈부디스트도어 글로벌(Buddhistdoor global)〉의 기사 ‘돌봄으로서의 불교: 아야 예쉐(Buddhism as Service: Ayya Yeshe)’ 및 보리심재단의 웹사이트를 참고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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