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화 번역|나무의마음|1만5800원

“경제학 분야에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지평이 넓어져야 합니다.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폭넓게 살피고,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공평한 분배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제학에도 윤리 의식과 자비심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제학도 결국은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문이며, 근본적으로는 개개인의 행복을 확대하고 고통은 줄이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 아무쪼록 이 책이 시장의 활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그 열매를 좀 더 공평하게 나누려 애쓰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실현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달라이 라마의 ‘서문’ 중에서

 

달라이 라마의 당부처럼 이 책은 경제 시스템에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서로를 더 보살피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의 등장을 요구하는 것이 전 세계적 흐름이다. 자비와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공동체를 이롭게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세대와 생태계를 보살피는 그런 경제 시스템을 원한다. 행복의 근원은 다양하며, 너와 나와 그들의 구분 없이 우리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간다.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가 휘청이면서 경제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됐다는 교훈을 얻었다.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 당시 주제가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였다. 콘퍼런스의 주요 발표와 핵심 토론 내용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때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지만 경제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에 당시의 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학자와 심리학자, 뇌과학자, 인류학자, 금융인, 사회적 기업가, 전문 경영자 등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전(全)지구적 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차기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미시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 ‘행복 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레이어드, 세계 최대의 의료 장비 회사 메드트로닉의 CEO 출신으로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빌) 조지 등은 과학적 실험과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제 사례를 근거로 지금보다 서로를 보살피는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핵심 키워드가 바로 ‘보살핌의 경제학’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보살핌의 경제학’은 이타심과 관련이 깊다. 이타심이 경제정책과 경제 활동을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경제적으로 너무 급격하게 성장해 빈부 차이가 극심해지고 소외계층을 심각하게 양산하는 우리나라에도 큰 울림을 준다.

이제 성장이 아닌 분배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멀지 않으며,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자비를 베푸는 것은 결코 경쟁력이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경제적이고 과학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입증된 미래지향적 선택”이라는 책의 내용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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