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전 총무원장이 감로수(생수) 비리 의혹 사건에 이어 또 수사기관에 불려 다닐 처지다. 고용노동부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은 서울동부지검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설정 전 총무원장의 임금체불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지난 4일 송치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복지관 직원의 임금 670여 만 원을 주지 않아서다.

김기홍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임금 약 670만 원을 못 받았다. 김 사회복지사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서울 송파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던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약 670만 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못 받은 연장근로 수당이다. 사회복지사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라 액수는 많지 않지만 수년간 연장 근무에 종교 행위 강요까지 당했던 그가 수백 시간 동안 일한 대가다.

임금체불·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자승 전 총무원장 등 고소

김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5월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노동지청의 움직임이 없어 같은 해 7월에는 고소장도 냈다. 밀린 임금을 달라는 요구에서 ‘실질적 사장’인 자승 전 총무원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같은 해 11월 법원(서울동부지법)은 지급명령을 결정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 돈을 지급하라는 법원 명령에 ‘이의신청’을 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과 설정 전 총무원장이 노동지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반년이 넘도록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은 노종지청의 조사에 불응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동부고용노동지청은 자승, 설정 두 총무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행방불명을 이유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불교 수련기간(동안거) 때문에 조사를 할 수 없어 기간을 연장했다고 했고, 이후에는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해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며 “불교계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님이 어디 있는지 몰라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국민은 권력자의 이러한 ‘오만불손’한 태도에 더욱 분노한다는 것을 왜 모르나 싶었다.”면서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끝까지 우습게 여기기에 나올 수 있는 대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 2년간 투쟁하면서 겪어왔던 조계종의 모습, 딱 그대로여서 놀랍기도 했다.”면서 “이들은 횡령 사건 조사 때에도 이와 똑같이 대처했다. ‘전혀 반성할 줄을 모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을 찾습니다’…동안거 등 이유로 출석요구 불응

김 사회복지사에게 자승 전 총무원장과 설정 전 총무원장은 모두 ‘실질적 사장’이었다. 당연직 대표이사였던 자승·설정 두 총무원장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여덟 달 동안 ‘사건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지난 4월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을 찾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작은 알림판을 들고 자승 전 총무원장 소재지를 물어야 했다.

6월 초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담당자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이 사건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도 당사자인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은 총무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대리인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관계자, 총무원 관계자 등이 노동지청의 담당자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사회복지사는 “노동지청에 확인 결과 자승·설정 두 전직 총무원장을 ‘직접 조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임금체불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 사회복지사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증거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어떤 해괴한 일이 발생할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또 “고용노동지청에서만 1년 2개월이 걸렸다. 검찰 그리고 사법부에서는 훨씬 더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각오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기소의견 송치 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사건 첩첩산중

김 사회복지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업무상 횡령 사건에도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기 전인 지난 5월 하순 김 사회복지사의 개인 통장에 약 825만 원이 임금 됐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입금한 돈이었다. 노동지청 진정과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데 갑자기 밀린 임금과 이자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왔다. 김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개인계좌를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의 처벌을 요구하는 마당에 밀린 임금이 김 사회복지사가 알려주지도 않은 계좌에 어떻게 입금됐을까. 김 사회복지사는 국민권익위와 국가인권위, 서울시 인권담당관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진정했다. 임금 미지급과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자승 전 총무원장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김 사회복지사의 투쟁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 사회복지사는 “수차례 개인 정보에 대해서 유출하지 말 것을 공지했지만 이런 식으로 제 통장에 돈을 넣은 뒤 저에게 직접적인 연락이나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면서 “사회복지단체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한 심정”이라고 했다.

2015년 1월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한 그는 ‘9 to 6’의 삶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침 8시 조금 넘은 시각에 출근하면 늦은 밤 11시를 넘겨 퇴근한 날이 부지기수다. 사회복지사 업무도 많았지만, 법회 참석, 연등 달기, 3000배 철야정진, 스님 접대 준비 등 복지사의 업무가 아닌 일이 많았다. 후원금도 강요받았다. 주말에도 일했다. 증거가 부족해 임금체불 고소에 포함하지 않았다. 주말 근로까지 포함하면 체불액은 1000만 원은 넘었을 터였다.

두세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해를 넘겨 8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검찰 수사까지 마치려면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예상할 수 없다.

“사회복지 현장에 경종, 사회복지 비리를 막는 데 역할”

김 사회복지사는 “언제 투쟁이 끝날지 모르겠다. 지난 5월 말 같은 복지관에서 일하던 두 명의 복지사도 임금체불로 진정서를 냈다. 고용노동지청 조사를 받던 중 진정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일단락 시켰다.”고 했다.

그는 “임금 체불 이외에도 개인정보유출, 업무상 횡령 등 재판이 더 남아있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하나씩 끝까지 잘 풀어내겠다.”며 “내가 조계종 비리와 투쟁하고 있는 도중에도 또 다른 조계종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비리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복지 비리를 막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김 사회복지사는 “임금체불 건 하나를 밝혀냈다고 자승 전 총무원장의 비리가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사법부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고 그 뒤에는 국민의 심판,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모두가 안 된다고 했고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있지도 않은 수많은 거짓 루머들이 만들어졌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너무도 많은 ‘흔들기’가 있었다.”면서 “그때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의 비리나 권력자의 비리,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데 가장 큰 두려움이 역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거나, 비리에 대해서 100% 입증을 다하지 못한다면 무고로 고소당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공익제보자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2018년 이문옥 밝은사회상’ 수상자로 김기홍 사회복지사를 선정해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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