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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피는 숲

기사승인 2019.07.11  15: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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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더해져가고 나뭇잎마다 푸르름으로 가득하던 어느 날, 숲 안쪽 물까치 둥지에서 나즈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 아침이라 그 소리의 울림은 주변 계곡까지 퍼져갔다. 둥지를 만들 때부터 지켜봐서인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무척 반갑고 기뻤다.

둥지 주변으로 10m의 거리를 두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있어서 혹시라도 본의 아니게 생육에 방해를 받을 수 있고, 밤에는 대낮처럼 밝은 가로등이 있어서 정상적인 포란 활동이 이루어질까 걱정 반 근심 반이었기 때문이다.

   
▲ 밤에 새가 쉴 수 있게 성미산에 설치한 빛 가림막.Ⓒ이민형

사람도 그렇지만 새들도 밤에는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당연한 이치고 특히 알을 품는 어미새에게는 더욱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구청 녹지과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빛 가림막 설치를 제안하였다. 새들의 둥지가 확인된 8곳을 중심으로 시범 설치를 하였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설치 전에는 LED 가로등 빛의 확산이 100이었다면 설치 후에는 80으로 줄어들었다. 이로써 인간이 만들어낸 빛 공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되었고 숲속 가로등의 높이와 조도를 낮추어서 식물과 동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일을 도모할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적자생존에서 건강한 새끼를 키우는 법

   
▲ 물까치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이민형

어린 물까치들이 어미를 확인하곤 크게 입을 벌린다. 유독 그 중의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더니 큰소리로 울부짖는다. 그 울부짖음은 도시의 숲에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의 외마디처럼 들려온다. 어미는 곧바로 그 입에 먹이를 넣어준다. 물까치는 잡식성 조류로 개구리, 양서류, 파충류, 거미류, 옥수수, 감 등을 먹는다고 한다. 성미산 주변에는 홍제천이 있어서 먹이를 공수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어린 새들을 키울 때면 어미 새 뿐만 아니라 같은 무리의 성체들이 함께 돌봐주는데 아마도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으로 개체 간 유대가 강한 걸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물까치는 보통 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청색 또는 녹청색 바탕에 녹갈색 반점이 있다. 물까치는 성미산에 대략 20여 마리가 살고 있는데 확인된 둥지는 3개였고 한 둥지에서만 6마리를 부화시켰다.

   
▲ 어린 박새가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민형

어느덧 알에서 부화한 박새 둥지에도 변화가 있다. 어미새가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적막한 둥지 안에는 어린 새들만이 남아서 숨죽이며 몸을 움츠리고 그 중에 한 마리가 나무 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작은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은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올 때면 반드시 주변 나뭇가지에서 소리를 내어 새끼들에게 알려주고 몇 번 주위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둥지로 들어간다.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말처럼 신중을 기하는데 암컷과 수컷이 동시에 돌아오게 되면 시간차를 두고 한 마리씩 교대로 들어가 먹이를 전달한다. 박새는 일반적으로 알을 6개 정도 낳는데 둥지 안을 확인한 결과 새끼는 총 3마리였다. 나무 구멍 안에 둥지를 만들면 비와 바람에는 안전하지만 천적이라도 나타나면 위험천만하게 된다. 다행히 성미산에는 나무를 오르는 천적이 없다.

아침이면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되지빠귀 소리, 꾀꼬리와 견줄 만큼 목청이 좋다. 봄철이면 유독 그 소리의 파동이 연두빛 나뭇잎과 잘 어우러진다.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어오면 숲내음에 녹아들어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상큼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 작년부터 되지빠귀의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유인즉 먹잇감이 되는 지렁이의 숫자가 늘어나서다. 철새인 되지빠귀가 성미산을 경유지로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옹달샘 주변으로 수분 함량이 높아졌고 작년부터는 빗물저금통을 설치하여 지속적인 수분 공급이 가능해져서 주변 토양환경이 곤충과 지렁이가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안정적인 먹이 사냥이 가능해졌고 숲이 우거진 곳을 거점으로 삼는 되지빠귀의 특성상 옹달샘 주변 숲은 둥지를 틀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이처럼 박새와 되지빠귀가 알에서 깐 새끼를 키우는 과정은 각각의 습성에 따라 최상의 조건에서 이루어졌기에 건강한 날개짓을 할 수 있었다. 알에서 부화한지 한 달 정도가 되면 둥지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면서 어미새는 나는 연습과 먹이 사냥법 등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 먹이감을 바라보는 어미박새.Ⓒ이민형

본능에 충실한 어미는 어린 새들이 독립할 때까지 반복 학습을 시킨다. 그리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면 어미와 새끼 모두 적자생존인 숲에서 더욱 건강한 개체군만이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새들의 사랑을 엿보다

봄이 되면 성미산에는 사랑을 전하는 몸짓이 가득하다. 그 주인공은 오색딱따구리, 때까치, 파랑새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새호리기이다.

먼저 오색딱따구리를 보자. 이른 아침부터 숲 깊숙한 곳에서 ‘타타타닥 타닥 타타타닥’하는 나무 타격음이 들린다. 오색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 기둥의 껍질을 쪼아대며 껍질 안팎에 있는 곤충 애벌레를 먹고 있다. 몸길이는 24cm 정도로 작지 않은 크기에 아래쪽 꽁지깃은 진홍색이며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오색딱따구리는 몇 해 전부터 성미산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후로 해마다 번식에 성공하고 있다. 평소에는 한 마리씩 보이다가 봄철 짝짓기 시절이 돌아오면 암수 모두를 볼 수 있다. 한 마리의 오색딱따구리가 어디선가 먹잇감을 물고 나무 기둥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오색딱따구리에게로 날아온다. 그리곤 다정하고 익숙하게 먹이를 전해준다.

“내가 제일 맛있는 거 잡아왔으니 한번 먹어봐.”

받아먹는 오색딱따구리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고구려 유리왕이 썼다는 ‘황조가’를 연상시키듯 다정다감한 걸 보면 아마도 암수 한 쌍으로 추정된다. 오색딱따구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생물종을 정한 ‘적색목록’의 관심대상종(LC)에 올라 있다.

다음 주인공은 맹금류인 새호리기. 올해도 새호리기 수컷이 일찌감치 까치집을 차지하고 암컷에게 구애한다. 새호리기 수컷은 구애할 때 자신이 가장 강하고 사냥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중에서 다른 종류의 새를 사냥하고 그 사냥한 먹잇감으로 암컷을 유인하면서 줄듯 말듯 다투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다 암컷에게 강한 자신감을 인정받게 되면 짝짓기를 한다.

   
▲ 새호리기 구애 Ⓒ이민형

먹이 사냥을 할 때는 아주 높이 활공을 하다가 먹잇감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날개를 접고 급강하면서 순식간에 두 발톱으로 낚아챈다. 그리고 잠시 하늘로 다시 올라 정지 비행을 하거나 기류에 의지하며 사냥한 먹잇감을 확인한다. 때로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아래쪽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숲 사이로 느리게 이동하는 비둘기, 직박구리처럼 작은 새를 낚아채기도 한다.

짝을 만나 새 생명을 만드는 과정의 새 종류 중 새호리기의 짝짓기는 시작부터 아주 강렬하기에 적자생존의 규칙이 적용되는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는 여름 철새로 5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관찰되는데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과 아프리카 남부,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그리고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고 한다. 포란기간은 약 28일이며 부화 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관찰되기도 한다.

성미산에는 작년부터 새호리기가 찾아오고 있는데 주민들의 지속적인 먹이주기 활동으로 인해 새호리기의 먹잇감이 되는 기존 텃새들의 개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한강과 가깝고 서해 바다와 멀지 않아 이곳을 지나가는 철새들의 먹이 수급과 휴식터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19세기 지도를 보면 이곳 성산동과 난지도는 모래톱이 발달했으며 실개천이 굽이굽이 흘러 농경지가 잘 발달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새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했다.

성미산의 규모가 과거에는 북쪽으로는 성산2동을 거쳐 서대문구에 있는 백련산으로 이어졌고 남쪽으로는 망원동 우체국 사거리에 이를 정도였다. 이런 큰 산이었기에 지금까지도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민형 .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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