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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장의식과 만다라

기사승인 2019.07.11  16: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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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상·불화에 종교적 생명력 불어넣는 의식

불상은 세 단계를 거쳐 성스러운 예배의 대상이 된다.

맨 먼저 조각가가 불상을 조각하고, 거기에 불복장이라는 성스러운 의식을 하고, 점안을 한다. 불복장은 불상을 모시는 단계에서 중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에서 불복장작법을 지난 4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9호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불복장작법(佛腹藏作法)을 “탑의 내부에 사리 등을 봉안하듯이 불상・불화 등을 조성하여 모시기 전에 불상 내부나 불화 틀 안에 사리와 오곡 등 불교와 관련한 물목(物目)을 봉안함(불복장)으로써 예배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세속적인 가치의 불상・불화에 종교적 가치가 부여되어 예배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 후령통 조성 작업 <사진=문화재청>

부처님의 8섬 4말 사리로 복장의식 시작

신앙의 대상물인 탑이나 불상・불화 등에 종교적인 생명력을 불어 넣는 복장의식의 기원은 부처님 열반 후의 다비에서 8섬 4말이나 되는 많은 사리가 출현하면서부터이다. 부처님의 사리를 주위에 있는 여덟 개의 나라에 분배하여 봉안을 하였고, 아소카왕(阿育王) 때에는 팔만 사천의 불사리 탑을 건립하는 등 사리를 부처님처럼 숭배하는 신앙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불교가 여러 나라로 전파되면서 사리를 모시는 신앙의 형태도 다양해졌는데, 탑뿐만 아니라 불상이나 불화를 모실 때도 사리를 봉안하였다. 간다라 시대에 조성된 불상과 3~4세기 무렵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 조성된 불상을 보면 이마 부위에서 사리를 봉안한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후에는 사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을 불상의 내부에 넣기 시작하였다.

문헌과 기록을 보면 가장 이른 시기의 불복장은 4~6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석불인데, 석불의 내부에서 사리・직물・경전 등이 발견된 것을 통하여 복장의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 되었다고 할 것이다. 또 중국에서는 불상 내부에 사리를 비롯하여 여러 공양물을 넣기 시작하였는데, 9세기에 조성된 불상을 보면 비단이나 종이로 사람의 오장육부 형태의 장기(臟器)를 만들어 넣고, 각 장기를 상징하는 여러 물건을 함께 넣었다. 한국과 중국을 통해서 불교가 전래된 일본은 10세기 전후에 불상 내부에 사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넣는 전통이 형성되었다. 한국에서는 신라 말과 고려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복장의식을 시작하여, 한국만의 독특한 복장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이나 일본에서 전승되고 있는 복장의식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상태이다.

한국 불복장은 ‘조상경’ 따라 의식과 절차 밟아

현재 한국에서 전승돼 유행하고 있는 복장의식은 1500년대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상경》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 경전은 당시 유행하던 여러 경전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편집한 복장의식집이다. 《조상경》은 중국이나 일본의 대장경류에는 보이지 않고 한국에만 전승되고 있는 경전으로, 불복장의 절차와 의례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세부 내용마다 사상적・교리적 의미를 덧붙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밀교 경전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복장의식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오방(五方), 오색(五色), 오불(五佛), 후령통(喉鈴筒) 등도 밀교 사상과 수행관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복장물을 불상에 넣는 작업 <사진=문화재청>

밀교의 《대일경》과 《대일경소》, 《다라니집경》, 《건립호마궤》, 《일승존다라니경》 등에는 만다라를 건립하고 7일 동안 설행하는 절차가 설명돼 있다. 이 중 셋째 날에 행하는 절차를 보면, “마침내 단을 쌓는 작법에 들어간다. 우선 오보〔五寶:금․은․진주․슬슬(瑟瑟)․파리(玻璃)〕, 오약〔五藥:적전․인삼․복령․석창포․천문동〕, 오향〔五香:침향․백단․정자․울금․용뇌〕, 오곡〔五穀:맥곡․대맥․소맥․소두․백개자 혹은 호마〕을 금이나 은으로 만든 병에 담는다. 동에서 서를 향하여 규칙대로 길게 단을 쌓고, 그 중앙에 보병을 묻고 땅을 바른다.”라 설명하고 있다. 《조상경》에도 후령통에 들어갈 오보병(五寶甁)을 조성하여 오곡(五穀), 오보(五寶), 오약(五藥), 오향(五香), 오개자(五芥子) 등 13가지의 상징적인 물건을 오방의 색깔에 따라 안치하고, 후령통 바깥에는 5개의 거울을 각 방위에 맞게 배치한다. 거울의 형태는 사각․원형․삼각형․반월형․단형(團形)으로서 황․백․적․흑․청의 다섯 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 형태와 색이 있는 것은 각각이 정해진 위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 과정으로 황색 비단으로 만든 황초복자(黃綃幅子) 위에 발원문과 다라니를 놓고, 그 위에 땅을 상징하는 열금강지방도(列金剛地方圖)를 놓은 다음, 그 위에 조성한 후령통을 안치하고, 후령통 위에는 팔엽대홍련도(八葉大紅蓮圖)와 천원도(天圓圖)를 놓은 다음 비단 보자기로 묶고 오색실로 후령통의 몸통을 가로 세로 교차하여 엮어 마무리한다.

후령통 위를 덮는 팔엽대홍련도는 태장계 만다라의 중대팔엽원(中台八葉院)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중앙에 있는 대일여래의 사방에는 보당여래・개부화왕여래・무량수여래・천고뇌음여래라는 네 분의 부처님이 있고, 그 사이의 네 모퉁이에 보현보살・문수보살・관자재보살・미륵보살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각각의 부처는 대일여래의 세계를 인(因), 행(行), 증(証), 입(入)이라는 형태로 표현을 하고 있다. ‘인’은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는 것으로 발심을 의미하고, ‘행’은 수행을 의미, ‘증’은 깨달음을 의미, ‘입’은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결국 발심하여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들어간다는 순서를 8변의 연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도 보리심을 일으켜 수행을 하시고 보리심을 얻어 열반에 들어가신 것으로, 여기에서도 그것을 근거로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 복장물. Ⓒ선진 스님

후령통에 오장육부 형태의 장기 넣어 우주 품도록

후령통은 오색실을 매달아 오색광명이 빠져나오도록 했는데 마치 목구멍에서 방울소리가 울리듯이 법음이 흘러나온다는 뜻에서 후령통이라 한다.

후령통은 후기 밀교 금강계 오방불(五方佛)의 철학체계를 함축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즉 후령통은 불교의 법계, 혹은 불교의 세계관을 구현한 우주의 축소본으로, 이를 불상의 뱃속에 안치함으로써 불상은 대우주를 품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불상 자체가 소우주가 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우주는 만다라이다. 만다라는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며, 깨달음을 완성한 경지를 의미한다. 넓은 뜻으로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만다라 아닌 것이 없으며, 좁은 뜻으로는 한 곳에 여러 보살을 줄지어 모신 것으로 일반적으로 원형이나 방형을 구획한 것을 말한다. 수행자에게 필요한 수행의 방편으로 수행자들이 일정한 수행단계를 거친 다음 수행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건립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만다라는 불보살의 세계를 마음에 떠올린 후 색상이나 입체적 조형으로 나타낸다. 불복장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만다라의 세계를 축소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불복장 의식은 돌이나 나무로 된 조형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으로, 의식과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신앙의 대상이 되는 살아 있는 불상이 되는 것이다.

불복장의식과 내용물들은 단순한 종교적인 의례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상이 조성된 사회적 배경이나 사상적인 배경까지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특히 불상 제작과 관련된 조성문, 발원문, 시주된 경전과 의류에는 당시 불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들과 불상을 조성한 조각 승(僧)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 있다. 후학들은 이를 토대로 당시의 사회적인 현상, 신앙 및 사상 특징과 흐름까지도 읽어 낼 수 있어 ‘타임 캡슐’이라 할 수 있다.

선진 스님 영남문화원 이사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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