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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화 위해 우리말로 펼친 법석”

기사승인 2019.08.09  09: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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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탄 스님 땅설법 형식·성격 조명…“한국적 화엄신앙의 귀결”

   
▲ 땅설법보존회 회장 다여 스님(삼척 안정사 주지)이‘부처님 일대기’마당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구미래>

땅 설법은 불교의식이나 의례 뒤 참여한 신도를 대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우리말로 펼치는 법석이다. 그동안 삼회향(三廻向) 놀이의 뒤풀이 정도로 인식될 뿐 전승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삼척 안정사 다여 스님이 전승해온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장막 속에 숨겨져 있던 땅설법의 형식과 성격을 조명한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정토학회가 최근 발간한 《정토학연구》 제31집에 수록된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효탄 스님의 논문 <땅 설법 논의 활성화를 위한 시론>이 그것.

땅설법은 ‘석가모니 일대기’, ‘성주신 일대기’, ‘신중신 일대기’, ‘선재동자 구법기’, ‘목련존자 일대기’, ‘만석승 득도기’ 등 모두 여섯 마당으로 구성된다. 땅설법의 특징은 그날 법회 성격과 모인 신도에 따라 여섯 마당 중 일부를 골라 펼친다는 점이다. 여섯 마당 외에도 경전설법, 의례설법, 전각설법 등이 있으며, 법회 외에 불사를 위해 걸립(乞粒)을 나갈 때도 별도 의식 없이 설행되기도 한다.

효탄 스님은 이 논문에서 그동안 두 차례 시연된 ‘석가모니 일대기’, ‘성주신 일대기’, ‘신중신 일대기’ 등 땅설법 세 마당의 형식과 성격을 살폈다.

효탄 스님에 따르면 두 차례 시연된 땅설법 세 마당은 강(講)과 창(唱), 연(演)이 어우러진 구조다.

‘신중신 일대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신중신 일대기’는 신중애기의 출생과 성장과정, 결혼 후 출가하기까지의 삶, 출가 득도해서 수행하고 신중신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크게 세 부분으로 전개된다. ‘신중신 일대기’는 강과 창이 어우러지고 빠짐없이 법문이 들어가 있는 가운데, 틈틈이 연이 베풀어진다. ‘신중신 일대기’는 주로 청중 속에 불자가 적을 때 설행되는데, 이 때문에 신중이 세속에 살면서 여러 고초를 겪는 과정을 표현할 때 정선아리랑, 풍신고사, 산멕이, 궁초댕기, 성주풀이, 뱃노래 등 민속놀이와 상나시-삼신타기-귀신가두기-오금잠굿-상여와 같은 연이 집중적으로 연행(演行)된다.

효탄 스님은 “‘성주신 일대기’와 ‘신중신 일대기’에는 민속적인 부분이 많이 수용하면서도 법문을 빠트리지 않는다”며, “이것은 불교적 교화 방편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효탄 스님은 땅설법 세 마당의 사상적 기반으로 《화엄경》과 ‘화엄성중신앙’을 지목했다. “땅설법에 등장하는 성주신과 신중신은 《석문의범》의 104위 성중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한 스님은 “그중 20여 위가 우리나라 토속신”이라고 설명했다.

땅 설법의 주인공인 성주신과 신중신은 조왕신, 산신과 함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성중이다. 성주신은 옥택신으로 가정의 제반사를 옹호해주고 도와주는 신이며, 신중신은 인간사의 고를 직접 여러 몸을 나투어 해결해 주는 신이다. 성주신과 신중신은 스스로 고난을 극복하고 수행하여 신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신통을 민중에게 회향하겠다는 강한 서원을 가지고 있다. 효탄 스님은 “성주신과 신중신은 이런 성격으로 인해 조선시대에 성중의 일원으로 인식됐다”며, “성주신과 신중신의 화엄성중 편입은 한국화엄신앙의 온전한 정착이며, 가장 한국적인 화엄신앙의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효탄 스님은 땅설법이 성행한 시기를 조선 후기인 18~19세기로 추정했는데, 이것은 104위를 그린 신중도가 통상 이 시기에 조성된 것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다.

효탄 스님은 “땅설법은 대중을 교화하기 위해 연행되는 것이므로 한문이 아닌 우리말로 다양한 민속을 받아들여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며, “땅설법은 어느 법회에서나 그 법회의 성격에 맞춰 변용이 가능한 원융무애가 펼쳐질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라고 규정했다.

효탄 스님은 땅설법에 대한 연구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논문을 마무리했다. 스님은 “잊혀져 버린 땅설법의 원형을 발굴과 사설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며, “삼회향놀이와 차이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땅설법 시연이 베풀어지고 좀 더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져, 땅설법이 새로운 대중교화 및 불교문화로, 나아가 불교축제로까지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윤 기자 budjn2009@gmail.com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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