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광복의 달이다. 광복은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와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불현듯 찾아온 것 같지만, 기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민족의 선각자와 항일운동가가 끊임없이 투쟁한 결과이다.

재단법인 선학원 설립 조사인 만해 한용운 스님은 일제에 타협하지 않고 민족 독립을 위해 투쟁한 대표적인 분이다. 스님은 원종이 조동종과 맹약을 체결하고 조선불교를 일본불교에 예속시키려 하자 박한영, 진진응, 오성월 스님 등과 함께 임제종을 창립했고, 용성 스님과 함께 불교계 민족대표로 3·1운동에 참여했다. 출옥 후에는 선학원에 주석하며 신간회 창립, 민립대학 설립 운동, 조선불교청년회 창립, 만당 참여 등 다양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불교계의 독립운동도 활발했다. 김연일 스님 등 제주 법정사 대중은 일제에 맞서 무장봉기했고, 최범술, 김법린 등은 지방학림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백초월 스님은 한국민단본부라는 비밀단체를 조직해 항일운동에 나섰고, 김법린, 김상호, 백성욱, 신상완, 이석윤, 김상헌, 송세호, 정남용 등은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했다. 운암 김성숙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의병으로 활동했던 운허 스님은 출가한 뒤에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일본의 경제 침략이 노골화되고 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며 지난달에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하더니, 이달엔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100여 년 전에는 군사력을 앞세웠다면, 지금은 경제력으로 굴복시키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가 지금 번영을 누리며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건 일제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선각자와 항일운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제 침탈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선각자와 항일운동가의 정신을 계승해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자 광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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