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육문 스님(왼쪽)과 본각 스님.

제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일이 18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로 나선 육문, 본각 두 스님이 당선될 경우 조계종과 선학원 갈등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으로 밝히고 나서 논란이다.

먼저 개입 의사를 밝힌 쪽은 육문 스님 진영이다. 육문 스님은 9월 3일 발표한 종책 자료집을 통해 ‘선학원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최대화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계종단과 선학원 간 갈등이나 선학원미래포럼이 요구하고 있는 이사장 및 이사 퇴진 등 선학원 문제에 전국비구니회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다.

육문 스님은 2015년 11월 13일 제11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취임 이후 조계종 입장을 대변하고 선학원을 분열하는데 앞장섰다.

육문 스님은 취임식에서 조계종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조계종과 선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데 이어,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에게 재단과 분원, 재단과 구성원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6년 3월 29일에는 법등 스님과 선학원미래를생각하는분원장모임(이하 선미모) 상임대표 법상 스님과 함께 △선학원 특별법 제정 △정관 조항 원상 복구 △수계, 승려증 발급 중단 △총무원장이 이사 1/3 추천 등 조계종 입장을 대변하는 ‘조계종단과 선학원 현안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발표했다. 그해 7월 25일에는 선미모와 함께 ‘선학원 발전을 위한 분원장 워크숍’을 개최해 선학원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부정하고 재단 분란을 부채질했다.

그뿐 아니다. 2018년 3월 23일에는 간담회 참여를 빌미로 재단 사무국이 입주해 있는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법당과 주차장, 이면도로를 점거한 설봉 스님과 선미모를 격려 방문하고 “끝까지 의지처가 돼 주겠다”고 천명했다.

이처럼 육문 스님은 지금껏 조계종과 선학원 간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서슴지 않았다.

▲ 2015년 10월 12일 치러진 제11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 모습. <불교저널 자료사진>

본각 스님은 육문 스님과 달리 전국비구니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선학원 관련 공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각 스님 측 진영에 심원 스님, 혜욱 스님 등 선학원미래포럼(선미모) 핵심 인사가 포진해 있어, 당선이 되면 선학원 문제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본각 스님은 선학원 관계자가 보낸 문자 질의 답변에서 “단 한마디도 선학원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 캠프에 선미모 스님은 심원ㆍ혜욱 스님 뿐”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많은 비구니들이 힘들어 하고 있으니 종단과 선학원, 비구니회가 처음부터 다시 진지하게 함께 고민할 일이다. 당선되면 선학원 문제는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겉으로는 “조계종의 각종 권리 제한으로 고통 받는 선학원 소속 비구니들을 위해 역할을 고민하겠다”는 답변이지만, “당선되면 선학원 문제에 전국비구니회가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본각 스님이 문자 답변에서 밝혔듯이 “오랜 도반이고 후배”인 심원, 혜욱 두 스님이 선거 캠프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 이후 선학원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처신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본각 스님은 지난해 설봉 스님과 선미모가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법당, 입구, 진입로 등을 점거 농성할 때 이미 그들에 동조해 함께 행동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이들은 재단 출입구를 막아 선학원 스님과 불자를 감금하고 재단과 중앙선원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각종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재단과 분원, 재단 임원과 구성원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온 조계종과 선미모(선학원미래포럼)의 입장을 대변해온 육문 스님과 본각 스님이 전국비구니회장 당선 이후 선학원 문제를 중도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재단 관계자 대다수의 진단이다.

▲ 2015년 10월 12일 치러진 제11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 모습. <불교저널 자료사진>

주지하다시피 조계종과 선학원 간 갈등은 2002년 3월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이 서명한 ‘관계 정상화 합의안’을 조계종단이 2013년 3월 일방적으로 깨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계종은 법인법을 제정한 뒤 선학원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15년에는 조계종 총무원과 수덕사, 직지사, 도리사, 김룡사, 범어사 등이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선학원 정관 개정 무력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원고가 소송 당사자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조계종이나 산하 각 사찰은 선학원 운영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어떤 권리나 법률적 이해 관계가 없다는 판결이다. 그것은 전국비구니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전국비구니회는 표면상 선학원 구성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구니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행동해 왔다. 하지만 전국 500여 분원 중 30여 개 분원만이 참여하고 있는 선학원미래포럼(선미모)의 주장처럼 법인법 수용과 재단 이사 전원 퇴진이 대다수 선학원 비구니 분원장, 창건주, 도제의 입장인지 엄격히 돌아봐야 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비구니회는 조계종과 선학원미래포럼(선미모)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왔다”며,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는 선학원 승가의 화합은커녕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국비구니회가 진정으로 선학원을 위하고, 선학원 소속 비구니를 위한다면 어설프게 조계종과 선학원 간 갈등을 중재하려 하거나,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 개입하려는 생각과 시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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