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음식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연령층에 따라 달라서 어떤 이는 따뜻한 카라멜 마끼야또 한 잔일 수도 있고, 혹은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 주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 나는 추운 겨울이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무국 생각이 간절하다.

무쇠를 두들겨 둔탁하게 만든 쇠칼로 껍질이 푸른 커다란 무를 넓적하게 썩둑썩둑 썰어 큰 양

은솥에 넣고 들기름으로 들들 볶다가 쌀뜨물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오래도록 연탄불에 곰국처럼 푹 끓인 무국을 양은그릇에 밥 한 덩이와 함께 넣어 주셨다. 먹을 때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에이! 또 무국이야!” 투덜대며 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어머니보다 더 나이가 많아진 지금, 그 맛도 그 손길도 빛바랜 영화 장면처럼 그리워진다.

요즘은 무를 비닐하우스에서 계절 없이 생산해낸다. 성장 속도가 느린 유기성 퇴비보다 빠른 성장과 크기를 보장하는 화학 비료를 주어 모양이 좋고 깨끗하고 연중 대량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농부들은 무를 심기 전에 인분을 건초에 퍼부어 썩힌 퇴비를 밭에 뿌리고 흙을 갈 아 엎은 다음 파종했다. 발효된 인분 퇴비로 키운 무는 껍질도 얇고 맛도 달았다. 어릴 적 기억이라 모든 것이 아름답게 채색된 탓도 있겠지만, 껍질을 돌려 벗겨가며 사과처럼 와작와작 씹어 먹던 그 달콤하고 시원한 무 맛은 다시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1518~1593)은 《본초강목》에서 '무의 생즙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독을 푸는 효과가 있으며, 소장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면서 살결을 곱게 한다. 무즙은 담을 제거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며 각혈을 다스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빈혈을 보한다'라고 밝혔다.

무는 그 외에도 다양한 효능이 있다. 먼저 술과 밀가루의 독을 해독해 주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소화작용을 도우며, 삶아 먹으면 담증을 없애주며 감기에 엿을 넣어 삭혀 먹으면 가래를 없애주는 작용을 한다. 담배를 많이 피워 쌓인 몸 안의 니코틴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들었던 무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곰방대를 늘 입에 물고 수십 년간 담배를 피워서 눈알까지 노랗게 변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빚 때문에 치료시약용 담보가 되어 실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의사를 찾아갔더니 의사는 “생 무를 먹어 보게나!” 한마디 하고 돌려보냈다. 며칠 후 그 환자가 찾아와 선생님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고마워했다. 사연을 물으니 실험용으로 끌려가다가 빚쟁이가 소피를 보러 간 사이에 무밭을 찾아 도망가서 날(생)무를 먹었더니 니코틴이 체내에서 빠져버렸다. 그러자 쓸모가 없어졌다면서 매만 흠씬 때리고 목숨은 살려줬다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의 과장된 얘기이긴 하지만 그만큼 무가 몸에 좋다는 것을 강조한 민담의 한 자락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고기 일색의 음식 문화 때문에 채소의 효능을 잊고 있다.

무와 더불어 국에 넣으려는 새송이버섯 역시 자연 송이에 못지않은 건강식품이다. 새송이버섯은 그 성질이 무독하고 쫄깃하며 비교적 몸매가 야물다. 머리 부분을 따내고 창호지에 가지런히 돌돌 말아 비닐에 싸 두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 버섯 역시 효능이 뛰어나서 항암작용과 심신 안정, 해독작용과 원기 회복 기능이 있고, 요실금과 소변 혼탁증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염작용, 노폐물 제거, 이뇨작용에 효과가 큰 무와 함께 시원하고 구수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겨울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야채수는 육수처럼 야채를 끓인 물이다. 야채를 다듬을 때 버리는 뿌리와 껍질을 깨끗하게 씻어서 멸치 국물을 내듯 끓여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찌게국물이나 볶음국물로 이용하면, 야채 전부를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모두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좋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아련한 고향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오늘은 우리 어머니들이 끓여 주시던 방식 그대로 만들어 보 고자 한다.

 

야채수

재료/ 다듬고 남은 채소의 뿌리와 줄기(깨끗이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함), 마른 고추씨, 다시마 조각

재료를 모아 중불에서 천천히 푹 끓인 다음, 그 국물을 식혀 건더기는 꼭 짜서 버리고, 국물만 모아 병에 담아 둔다.

 

무국(4~5인분)

재료 / 무 반개, (작은) 새송이버섯 10개, 집 간장 1.5큰술, 천일염, 들기름 1큰술, 쌀뜨물 3컵, 야채수 2컵.

1. 무는 나박나박 네모지고 얇게 썬다.

2. 새송이버섯도 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썬다.

3. 냄비에 무와 썬 버섯을 넣고 들기름으로 약불에서 4~5분 볶는다.

4. 볶은 다음 쌀뜨물과 야채수를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어느 정도 맞춘 다음, 중불에서 넘치지 않게 천천히 무가 적당히 무르도록 끓인다. 마지막으로 간을 확인하고 불을 끈다.(양념 간을 2회에 나누어 해야 간을 짜지 않게 잘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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