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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최초 비구니, BBC '세계 100대 여성' 선정

기사승인 2019.11.08  16: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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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마난다 스님.

태국 출신의 비구니스님 담마난다 스님이 세계적으로 유수한 영국국립방송 BBC가 선정한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BBC는 “불교는 태국에서 널리 믿어지고 있으며 30여 만 명의 비구스님이 존재한다. 그러나 비구니스님은 인정되지 않으며 태국 영토 안에서 비구니 수계를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담마난다 스님은 2003년 스리랑카로 가서 비구니계를 수지했으며 태국의 첫 번째 비구니스님이 되어 돌아왔다. 그녀와 같은 과정을 거쳐 100여 명의 출가자들이 비구니스님이 되었고 그녀는 현재 태국에서 유일한 비구니 승원인

송담마칼야니 사원의 주지이다.”라고 그녀가 선정된 이유를 밝히고 있으며 그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는 태국에서의 비구니 수계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

태국 헌법은 여성 수계 허용, 그러나 승가법은 여성 수계 금지

현재 태국의 헌법에 여성이 승려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태국 헌법 제30조는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제80조는 국가가 남녀 간 평등한 기회를 갖도록 해줄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백 년 간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비구스님들이 주축이 된 불교계는 비구니 수계를 부정해 왔다. 1928년에 제정된 승가법에서 “비구는 비구니에게 계를 줄 수 없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오늘날까지 지켜지고 있으며 이 조항에 따라 비구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당했으며 가장 최근인 2014년 태국의 최고승가위원회는 위 조항의 유지를 공식화했다. 율장에 의하면 여성이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비구 승가와 비구니 승가 양쪽으로부터 계를 받아야 한다.

“승가법 제정이후 90년이 흘렀으며 사회는 많이 달라졌지만 비구스님들은 여전히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옳지 못하므로 우리는 불의에 대항해야 합니다.” - 담나난다 스님, 〈로이터〉

“비구니 수계금지는 성차별이 아닙니다. 태국 여성들은 자유롭게 해외에서 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지 태국 영토 안에서, 태국 비구스님에 의해서만 수계가 금지되고 있을 뿐입니다.”-태국 국립불교국 대변인, 〈로이터〉

현 상황에서 태국 여성출가자들은 8계나 10계를 받고 흰색 승복을 입는다. 이들은 ‘매치(mae chi)’라고 불리며 금욕 외에도 계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절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대부분 밥 짓고 빨래하고 바느질을 하면서 식모나 하녀 대우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게으르다고 핀잔 받기 일쑤이고 종종 밥도 주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얼마 되지 않은 용돈마저 끊기기도 한다. 매치는 또한 행정적으로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 태국 교통통신부는 매치를 일반 속인으로 간주해 그들에게는 비구에게 부여하는 대중교통 무임승차권을 주지 않는다. 반면 내무부는 그들을 종교인으로 간주해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불교 신도들도 공덕을 쌓기 위해 비구스님들에게는 현금, 옷, 양산 등의 보시를 행하지만 매치들에게 보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구니 수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인 나콘 빠톰주(州)의 길가에 늘어선 주민들이 비구니 스님들에게 쌀, 카레, 과일 등의 공양을 올린다. 태국에서 비구 스님들의 탁발은 흔한 일이지만 비구니 스님의 경우는 매우 희귀한 일이다. 이 비구니 스님의 선봉에 담마난다 스님이 있다.

   
▲ 담마난다 스님에게 공양 올리는 태국 불자.

스님이 되기 전 그녀는 태국에서도 드물게 성공한 여성이었다. 저명한 대학의 종교철학 교수였으며 남편과 아들들, 집과 차를 소유하고 부유한 삶을 영위했다. 여러 권의 책도 저술했고 방송 등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어느 날 화장을 하다가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출가를 결심했고 남편과 아들들은 그녀의 결정을 이해해주었다. 구족계를 받고 완전한 비구니 스님이 되고 싶었던 그녀는 스리랑카로 떠났다. 그녀가 태국 최초의 비구니 스님이 되어 비구스님이 입는 황색 승복을 입고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황색 승복을 입는 저를 당연히 비구 스님인줄 알았죠.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면 사람들이 막았어요. ‘스님 이쪽이 아닙니다. 저쪽으로 가세요.’ 하면서요. 황색 가사를 입은 비구니 스님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녀는 송담마칼야니 사원에 주석하면서 태국어나 영어로 외국인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불교를 가르치고 출가를 원하는 여성에게 매년 4월과 12월 사미니계를 준다. 그 중 구족계를 받기 원하는 사람은 주로 스리랑카로 떠난다. 정부가 태국 내에서의 비구니 수계 금지를 이유로 스리랑카 스님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구족계를 받은 비구니스님들 앞에는 여전히 보장받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나 비구스님들의 철저한 무시는 물론 일반 신도들에게서도 비구스님들 만큼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정부로부터 세금 혜택 및 재정지원을 받는 비구스님들에 비해 비구니스님들은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한 마디로 비구니스님이 내는 세금이 비구스님들에게 돌아간다는 결론이다. 또 비구니스님들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남자신도들이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비구니 수계를 부정하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조심스럽게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사부대중의 승가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비구니승가 없이 승가공동체는 완전하지 못합니다.”

영어가 능숙한 담마난다 스님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유튜브 및 테드(Ted; 미국이 비열리재단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분야의 강연회) 등 여러 방법으로 오직 경전의 가르침에 의거해 비구니 계단을 부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포교와 수행에 머물지 않고 사회 참여 활동도 다양하게 펼친다. 송담마칼야니 사원은 환경친화 사찰로, 방문객들에게 보시를 위해 재물을 가져올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가져 오라고 말한다. 또한 한 달에 두 번 여자 재소자들을 방문해 위로한다.

“부처님이 여성을 승가에 받아들인 것은 단지 아난다가 요청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여성들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남성출가자와 동등한 수계를 허락하셨던 것입니다.”

현재 약 270여 명의 비구니스님들이 태국 전역에서 활동한다. 79세의 담마난다 스님은 스승이자 도반으로 또한 선구자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하여 영어번역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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