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위례 신도시에 설치된 천막법당인 상월선원(霜月禪院)이 불법 건축과 산림 훼손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설치된 천막법당은 물론 종무소와 숙소, 행사장 등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와 패널 건물, 동안거 장소로 쓰이는 비닐하우스까지 불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상월선원은 불상을 조성해 모시면서 잘 보이게 한다며 아름드리 나무 수십 그루를 불법으로 베어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상월선원이 들어선 곳은 당초 조계종이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를 짓기로 한 곳이다. 그러나 기공식까지 마친 조계종은 이곳에 대형사찰을 짓겠다며 하남시에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 상월선원 인근 아파트에 입주할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결사를 한다면서 신도를 동원해 음악회를 열고, 영화를 상영하고, 각종 행사를 갖는 등 지금도 시끄러운데 대형 사찰이 들어오면 소음과 교통난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월선원이 불법 건축물이라는 사실과 무단으로 산림을 훼손했다는 사실도 이들의 민원을 통해 알려졌다. 하남시도 조계종에 시정명령 사전 통지서를 보내는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지만 조계종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1월 3일 열린 시무식에서 위례신도시 포교당과 용주사 불교문화보존센터 기공식 등 불사를 강조했다고 한다. 상월선원의 불법을 시정하고, 입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 삼는다’는 뜻의 상월선원은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9명의 스님이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불교중흥을 위해 결사한다’는 곳이다.

이들이 동안거에 들어가자 일부 교계 매체와 지식인을 중심으로 상찬이 이어지고 있다. 상월선원 안거를 다룬 특집기사가 매주 게재되는가 하면,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와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를 계승했다”는 지식인들의 용비어천가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상찬과는 다르게 “정치승들이 풍찬노숙하는 허세로 결사와 무문관 수행의 전통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들의 비판은 상월선원 동안거를 주도하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향해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조계종 적폐의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무원장 재임 8년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종단과 한국불교를 나락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직선제 요구 무시, 적광 스님 감금 폭행, 금권 선거, 범계 승려 지원, 불교언론 탄압, 비판한 스님 징계, 종단 개혁 후퇴, 총무원장 선거 개입, 재임 기간 불자 300만 명 감소 등이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재임 8년간 쌓아올린 적폐라는 평가다.

그런 자승 전 총무원장이 주도하는 결사가 요란하다. 상월선원 결사가 계승했다는 정혜결사와 봉암사결사가 상월선원처럼 요란하지는 않았다. 결사를 한다며 신도들을 동원하지도 않았고, 수행이 본업인 수행자들이 수행체험을 하는 해괴한 일도 하지 않았다. 정혜결사와 봉암사결사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수행정진했을 따름이다. 온 결기를 다해 수행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외호를 빙자해 임시로 지은 도량을 저잣거리 장터마냥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데, 제대로 된 결사일리 없다. 부처님은 양 극단을 버리라고 하셨는데, 목욕도 이발도 하지 않으면서 추운 곳에 앉아 수행하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계율로 금한 춤추고 노래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데 부처님정신으로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까?

수행이 요란할수록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일 확률이 크다. 외형만 화려한 결사는 결과를 낼 수 없다. 결사는 모든 것이 여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법다운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정법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대중의 기대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불법(佛法)을 중흥시키겠다면서 불법(不法)을 아랑곳하지 않는 결사는 불교의 중흥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상월선원 결사가 우려스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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