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산을 다스리고 물을 다스리다

기사승인 2020.02.21  16:29:45

공유
default_news_ad1
   
▲ 건천수 계곡 정비 전(왼쪽)과 후(오른쪽).

물줄기를 되살리다

11월의 성미산은 온대지가 울긋불긋하다.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시절이다. 오늘은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건드리면 투둑 투둑 소리 내며 한 겹 두 겹 바닥에 쌓여간다. 이곳 성미산자락도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잠시 스치고 간 비구름이 물러나니 파란하늘이 열리고 나무 사이사이로 비추이는 하늘빛과 바람결에 소리 내는 나무와 물기 먹은 나뭇잎 향기가 가을 숲을 완숙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광이다.

작년 가을에 성미산 복원과 관련하여 마포구 부구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39번 가로등 쪽 계곡물 되살리기를 제안하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얼마 전부터 한 달 간의 공사가 시작 되었는데 건천수맥 보호, 토사유출 방지, 생태연못 조성, 나무·꽃 심기, 새둥지 설치 등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였다.

건천수맥을 훼손하지 않고 공사를 하기 위해 작업이 있는 날엔 아침 일찍 출근하다시피 현장을 찾아 갔다. 땅파기와 석축 쌓는 위치 그리고 돌의 크기 등 본래의 지형과 수량을 고려하여 원천수의 위치를 정확히 표시하여 작업자들의 원활한 시공을 도왔다. 성미산의 건천수맥은 그 발원지점에 석축을 쌓고 그 바닥면은 15cm정도 깊이로 파서 강돌로 바닥면을 고르게 하였고 그 위로 자갈돌을 깔아서 물이 고였다가 흘러 내려가게 하였다. 그리고 하류로 내려오면서 5군데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을 모으고 흘러내려오는 물이 합수 되도록 하여 계곡물의 양을 증가시키게 하였다. 올여름 장마 때 살펴보니 산책로 위쪽으로부터는 빗물에 의한 토사 유출이 심하였는데 산책로 바닥을 매트로 깔아 토사유출을 방지하면서 빗물의 흐름을 계곡과 건천수 쪽으로 유도하였다. 아마도 내년엔 올해보다 많은 물이 흐르고 모일 것이다.

   
▲ 둥지 관리를 위한 뒷문.

새집 줄게

해가 거듭할수록 성미산엔 새들의 개체수와 그 종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연도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개체종이 자연사하거나 고양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의 개체 수 증가 또한 눈에 보일 정도이다. 성미산의 생태분포는 최상위 포식자인 솔부엉이, 소쩍새, 새호리기 등의 맹금류부터 피포식자인 붉은오목눈이, 참새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엔 고양이도 그 포식자 군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작은 새가 살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새 둥지를 만들어주자는 제안을 하여 시범적으로 건천수 계곡 주변 4곳에 설치하였다.

작은 새만 들어 갈 수 있도록 구멍의 크기는 3cm정도로 만들었다. 또한 뒷문을 달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전문가 말에 의하면 새들이 그 해를 살고 나면 묵은 둥지 안을 청소해주어 둥지의 상태를 쾌적하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야 다음해에 청결한 둥지상태를 유지해 새로운 새들이 찾아와서 건강한 포란 활동을 할 수 있다. 둥지 재료의 특성상 습기를 머금은 지푸라기가 있을 수 있고 비가 오면 곰팡이가 피거나 우기를 거치면서 생육환경이 습하고 더워지게 되어 어린 새들의 건강한 성장에 장애를 줄 수 있게 된다. 무언가를 꾸준히 관리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산을 바라보고 그 산을 지켜가는 것은 여느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마도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수많은 관련 서적도 나오고 있고 보호 활동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권리만을 주장한다. 성미산만 봐도 이 작은 산의 산책로가 국립공원 보다 더 넓다. 각종 운동기구가 산 정상에 늘여져 있다. 가로등은 대낮 같이 밝다.

산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함이라 하며 이른 아침 큰소리를 지른다. 한쪽에서는 건강을 위해 음악을 크게 틀고 운동을 한다. 또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자연과 교감한다. 그리곤 반려견의 배설물을 산에 버리고 간다. 도토리가 익어 갈 때 쯤 채집의 재미를 위해 산속의 열매들을 가져간다. 도심의 산이란 이렇듯 내어주기만 했다. 하지만 산과 자연을 위해 우리의 양심을 나누어 줄 때가 된 것 아닌가?

이 작은 실험이 꾸준히 이어져 마을 주민들이 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법을 알았으면 한다. 이 작은 새둥지가 이곳 성미산에서 살아가는 새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목욕하는 딱새.

목욕하는 날

예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농업은 당시 경제 활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고 군왕들은 치산치수(治山治水) 사업을 벌여서 국가 경제의 원동력으로써 이 통치개념을 주요 덕목으로 중요시 하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치산치수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날의 그것에 보태어 자연생태와 일상생활 환경 등을 보호하고 쾌적하게 하여 우리들의 삶의 질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심화되어가는 환경오염 등으로 산과 들 그리고 바다까지 병들어가고 있다. 어느 학자는 이미 이러한 한계지점을 넘어서서 곧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이 초래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먼지에 뒤덮인 새들에게도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성미산의 새들은 어떻게 먼지와 기생충을 제거하고 건강을 유지할까?

이들에게도 목욕이라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물이 있는 물로 목욕하는 방법인데, 물이 없는 성미산에서는 여름철 비가 와 고인물에 종종 새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인근에 홍제천이 가까이 있어도 새들이 자주 가지는 않는 듯하다. 두 번째 이곳 새들이 주로 애용하는 방법으로 모래나 흙이 있는 곳에 가서 흙바닥에 몸을 비비고 날개 짓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참새들과 직박구리, 박새, 붉은오목눈이 등의 흙 목욕을 볼 수 있다.

이번 공사에서 39번 계곡을 정비하며 자연생태 연못을 조성하였는데 인위적인 인공 설치물은 철저히 배제하고 연못바닥을 진흙 다짐으로만 시공하였다. 이렇게 되면 빗물을 포함한 자연수가 최대 7~10일 정도 머물다가 땅속으로 스며들게 되어 주변 식생군에 수분공급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연못 주변에 조성한 우리 나무와 꽃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고 일정기간 물이 고여 있게 되니 새들이 찾아와 물도 마시고 목욕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사가 마무리되어 연못에 물 주입 테스트를 진행하였는데 물을 채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이 몰려들었다. 박새, 직박구리, 딱새, 비둘기 등 줄지어 날아와 풍덩풍덩 뛰어든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무척이나 즐거워하였고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물놀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들에겐 간절했을 이 작은 연못이 산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이민형 | 채비움서당 훈장

이민형 .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