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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보선 스님 서신

기사승인 2020.02.25  15: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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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평화와 자유를 위해 노력하시는 미합중국대통령께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원로의원이며 대흥사의 조실로서 법명은 보선이라고 합니다.

금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더 깊어져서는 안 되며 이제는 전쟁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대통령님께 서신을 띄웁니다.

이곳 대흥사는 한반도의 끝자락인 전라도 해남에 위치한 천년 고찰입니다. 430여 년 전 승려의 신분으로 7년 동안의 조일전쟁을 종식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신 서산대사의 유품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당시 조선불교를 대표하셨던 서산대사는 지금의 북한 땅 보현사에 거주하고 계셨습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지금의 대흥사는 북한의 보현사와 더불어 남북한의 불교문화 및 학술 교류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찰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행보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큰 곳입니다.

서산대사의 삶과 사상을 기리는, 이 특별한 역사를 가진 사찰을 관장하는 입장에서 저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정세는 매우 희망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북미 간, 남북 간 대화마저 단절되는 등 또 다시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반도는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동안 북미 간 정상회담이 3회에 걸쳐 진행되기도 하였으나 진척이 없이 중단되었습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대통령께서 금년 미국 선거 전에 북미 간 정상의 대화는 없다고 발표하셨다는 것입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모든 것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이산가족의 상봉, 종교문화 교류, 개성공단 운영, 대한민국 국민이 성지로 여겨왔던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방문 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복지 지원사업 등, 그동안 같은 민족으로서 화해와 평화구축을 위해 내디뎠던 발걸음들이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한반도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적으로 상대에 비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 애쓰거나 유엔의 경제제재와 같은 조치를 취합니다. 힘에 의한 평화유지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나 한계가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 평화, 인권 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인내를 갖고서 대화하고 소통을 지속시켜 갈 필요가 있습니다.

70여 년 동안의 남북한의 갈등을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만일 것입니다. 진실로 평화는 인내를 갖고서 지속적으로 서로 간 이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들은 자비심과 평화를 염원하며 남북한 간의 모든 문제들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전쟁은 인간과 모든 생명들을 살상하며 환경과 인류 문명을 파괴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선한 마음을 악하게 하기에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불교의 경전에 “서로 싸우지 말라. 만일 싸움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면 한평생을 싸워도 끝날 날이 없으리라. 오직 참는 것만이 진실로 싸움을 끝낼 수 있나니 이러한 가르침이야말로 존귀하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21세기 지구적 과제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대립의 종식이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앞장서서 대화를 통한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미국대통령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유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남북한 간 인류애적인 기본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남북한 간의 이산가족 상봉, 종교 및 문화교류, 학술 교류, 환경사안에 대한 협력, 우리 민족이 성지로 여기는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등지의 방문, 어린이와 여성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 지원 등 인간이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과 관련한 교류들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미국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의 보현사와 각별한 역사적 인연이 있는 남한의 대흥사가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에 즈음해서 불교 고유의 공동행사를 통해 상호간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지만 대북제재조치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둘째, 미국 대통령 선거기간이라 해도 북미 간 대화를 지속해 주십시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적으로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전쟁에서 36,940명의 미국 병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고귀한 목숨들이 희생하였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었으며, 오늘날 한국은 발전을 거듭하여 선진국에의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생한다면 70여 년 전 당시보다 더 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현 시대는 모든 국가가 협응해야 하는 체계입니다. 이에 미국은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가까운 시일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을 비롯한 누구든 전쟁과 타의에 의한 죽음이라는 두려운 삶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셋째,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평화의 철도를 연결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끝에서 출발한 철로가 중국과 러시아를 통과하여 중동과 유럽으로 연결되는‘지구촌 평화루트 철의 실크로드’를 제안합니다. 이는 이미 대한민국이 20여 년 전부터 구상한 내용입니다만, 되풀이되는 북미 간 그리고 남북 간 경색 국면으로 지금까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국제적 프로젝트가 활력을 갖고 추진되려면 강대국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평화의 철도수송로가 만들어지고 이 철도를 관련국들이 공동 관리하는 체계로 현실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된다면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유지 및 지구적 번영을 이루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세계평화를 위한 그 대범하고도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은 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한 연이은 기상이변과 새로운 감염질환의 세계적 진행은 국가들의 개별적 대응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분쟁을 초래하는 갈등의 심화는 모든 인류를 끔찍한 위험 속에 빠뜨리는 일이 됩니다. 우리는 인내, 포용, 이해심만이 지구촌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강대국이 전쟁무기 개발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보건복지를 위해 사용한다면 의료 혜택의 부재로 죽어가는 인류는 줄어들 것입니다. 남북한이 공히 존경하는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의 공동행사를 통해 현 경색된 남북문제가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남북한의 국민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서로 간 적대적 관계로 인한 폐해에 고통받아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구축은 너무나도 절실하고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요청을 수용하셔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미국의 대통령은 소통과 자비심으로 세계평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역사적 평가를 기대해 봅니다. 대통령님 내외분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답신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 2. 20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대흥사 조실

보선 합장

보선 스님 .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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