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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평안한가? 병은 다 나았는가?

기사승인 2020.02.25  16: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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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지식정보플랫폼 운판 대표.

질병과 역병이 온 세계를 덮치는 때를 질역겁(疾疫劫)이라고 합니다.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우주가 멸망할 때 거치는 파멸의 세 겁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둘은 도병겁(刀兵劫)과 기아겁(饑餓劫)입니다. 전란과 기근이라고 하겠지요. 이것을 상세하게 풀어놓은 경전이 《장아함경》 속의 <세기경(世記經)>입니다.

온 우주가 파괴되는 우주 멸망의 시대, 그러나 경전에서는 오히려 질병의 시대를 희망의 시대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서로 “네 병은 나았는가. 몸은 안온한가.”라고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도병겁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지옥에 떨어진다. … 성내어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서로 향해 사랑하고 어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세기경> ‘삼중겁품’)라고 합니다. 성내어 해치고자 하는 마음만 있을 뿐 사랑하고 어진 마음은 없는 시대가 도병겁의 시대입니다. 악해질 대로 악해져서 더 이상 악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수명은 짧아질 대로 짧아져서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재앙을 맞게 됩니다.

기아겁에는 “악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는다. 백초는 말라 죽고 오곡은 되지 않아 다만 줄기만이 있다. … 목숨이 끝나면 아귀 속에 떨어진다. … 기아겁 중에 있으면서 항상 간탐하는 마음을 품고, 베풀어 주는 마음이 없어 나누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재앙을 당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세기경> ‘삼중겁품’)라고 했습니다.

욕심만이 가득해 나눌 줄을 모르는 것이 기아겁입니다. 재앙을 당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기에 자연은 더욱 시련을 줍니다. 사람들은 도병겁을 겪으면서도, 기아겁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반성하지 않고 더욱 악한 길을 갑니다. 그러나 마지막 질역겁 때의 사람들은 다릅니다.

“질역겁 중에 있는 사람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모두 천상에 태어난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그 때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하고 더 나아가서는 ‘네 병은 나았는가. 몸은 안온한가.’하고 서로 묻기 때문이다.”(<세기경> ‘삼중겁품’)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동호흡기 질환 메르스, 사스, 에볼라, 가축에게 생기는 구제역, 조류독감 등 새로운 병명을 외우기도 벅찬데, 또 새로운 병이 우리를 습격합니다. 그야말로 질역겁의 시대라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세기경>의 사람들은 온갖 질병에 신음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합니다. 만나면 서로를 걱정해줍니다. 자신의 괴로움보다도 남의 고통을 더 걱정하는 그 마음이 우주 멸망의 시기에 중생을 구원합니다. 죽어서는 모두 천상에 태어납니다.

<세기경>에서 가르치는 바는 인간의 책임, 마음먹기의 중요성입니다. 인간에 대한 증오와 남을 생각하지 않고 베풀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은 우리를 지옥과 아귀의 고통에 떨어지게 합니다. 이기적인 욕망은 자원을 수탈하고 환경을 파괴하여 공해와 자연재해의 과보를 불러일으켜 왔지요.

코로나19로 인해 특정 지역, 특정 종교, 특정 국적의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일부 생겨나는 듯 보입니다. 그렇지만 불교인이라면 종교가 다르거나 이상한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고 미워하기보다는 자비와 연민으로 불쌍히 여기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불보살의 눈으로 볼 때 우리도 역시 무명번뇌와 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 아니겠습니까?

부처님은 중생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자비의 부처님입니다. 한 부처님의 자비로 이 우주가 희망을 얻듯,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비의 마음을 품고 고통 받는 이웃에게 다가가 물어야 합니다.

‘그대는 평안한가, 병은 다 나았는가. 괴로움은 없는가. 살기는 힘들지 않은가.’

서로를 걱정하는 착한 그 마음이 온 우주의 멸망을 막아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경호 | 지식정보플랫폼 운판 대표

김경호 .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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