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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의 겨울나기

기사승인 2020.03.11  16: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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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새들은 해마다 서식환경이 열악하여 먹잇감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겨울철 먹이 주기는 산새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먹이 확보를 한 개체군은 이듬해 봄이 되면 그 숫자가 늘어나고 그렇지 못한 개체군은 줄어들기도 한다.

지난 12월 말의 어느 날, 세밑 한파가 찾아와 영하 10도에 찬바람까지 부니 체감하기론 영하 20도가 되는 기분이었다. 성미산도 꽁꽁 얼어서 산책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산새들을 위하여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이통을 준비한다. 1년 동안 모았던 견과류와 곡식 그리고 지방 덩어리를 새들이 먹기 좋게 다듬어서 산에 놓아두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날은 산내마루계곡 쪽에 지난 가을 설치한 새 둥지 주변으로 모이통 3개를 설치했다. 각종 견과류와 잡곡 그리고 쌀을 패트병에 담아서 달아주었고 추가로 지방 덩어리는 끈으로 나무에 단단히 묶어두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쉽사리 오지 않던 새들이 설치가 끝나고 30분 남짓 되니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모이통 주변으로 모여드는 새들.

처음으로 찾아온 새는 박새인데 이 작은 새의 눈으로 모이통을 설치하는 모습을 꽤 유심히 바라보았던 것 같다. 경계심이 금세 풀렸는지 좋아하는 견과류를 시작으로 나무를 옮겨 다니며 먹기 시작한다. 그리곤 소리를 내어 동료들을 불러 모은다. 노랑턱멧새도 이에 질 새라 모이통으로 날아온다. 풀씨를 비롯한 곡식류 등을 좋아하는데 간절히 바랐던 눈빛만큼 날갯짓도 애잔하였다. 그 후로 곤줄박이, 참새, 쇠박새, 딱새, 직박구리, 어치 등이 줄지어 찾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 자연과 사람 간에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차근차근 쌓여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치열한 생존의 법칙

산에서는 덩치가 큰 새들이 먹이쟁탈의 주도권을 갖는다. 어치, 딱따구리, 까치, 물까치, 직박구리, 곤줄박이,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순으로 먹잇감에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그 중 힘자랑을 하는 어치는 체구가 작은 직박구리의 식사시간을 시샘하듯이 소리를 내며 위협 비행을 한다. 그리곤 큰 날개로 직박구리를 툭 치고 날아오른다. 눈치를 챈 직박구리가 재빠르게 몸을 낮추며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그러자 어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한참동안 먹이를 먹고 배가 부른 뒤에야 떠난다. 직박구리는 그저 주변을 맴돌며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그 틈을 타 박새가 날아들려고 하자 이번엔 직박구리가 그 위세를 더한다.

   
▲ 덩치 큰 새들에 공격 당하던 박새가 이번엔 저보다 작은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위협하고 있다.

박새는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를 내어 주고 만다. 직박구리가 떠날 때까지 기회만 노리던 박새가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먹을 수 있나보다 했더니 “너 저리 가!”라고 소리치듯 달려드는 곤줄박이에게 또다시 쫓겨난다. 겁에 질렸고 약도 오른 박새가 모이통 주변을 서성이는 사이 붉은머리오목눈이 무리가 바닥에 떨어진 곡식 낱알을 먹는다.

그러다가 용감한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가 모이통에 접근한 순간 이를 본 박새가 분풀이를 하듯 소리를 지르고 날갯짓하며 위협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뒷걸음치며 몸을 웅크리다가 도망치듯 날아간다. 결국 박새가 마지막 만찬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엄습했다. 야생에서 태어나고 자란 산고양이가 숨죽이며 아주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는다. 모이통 바로 아래까지 접근하여 가장 낮은 자세로 박새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내가 고양이의 눈빛을 바라보는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앞다리를 뻗으며 발톱을 드러내는 모습은 여지없이 야성의 본능이었다. 셔터는 거침없이 눌러졌고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박새는 황급히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박차 올랐고 불과 10여cm의 거리까지 다다른 고양이의 앞발은 더 이상 박새를 따라 잡지 못하였다. 나는 생사의 경계에서 ‘생(生)’을 기록에 담게 되었다.

   
▲ 박새 사냥에 실패한 고양이.

거친 자연에서 때로는 강자가 약자를 이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면서 박새의 철저하고도 준비된 생존의 법칙에 새삼 감탄하게 됐다.

철새들의 터전으로 거듭나기

유독 올해 겨울에는 먹이 다툼이 심하다. 그만큼 개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먹잇감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철새를 비롯한 새들의 주 서식지의 생태환경이 나빠지고 있고 이동경로에 놓인 산과 들이 그 대안지로 대두 되고 있다.

성미산도 해마다 이동하는 철새와 나그네새들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성산동 인근에는 한강과 생태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먹이 공급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마을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성미산의 생태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부터 이곳 성미산에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해마다 들리는 새 소리의 정체가 궁금하여 찾아 나섰다. 주인공은 노랑지빠귀였다 크기는 약 20~30cm가 정도이며 대체로 연한 갈색을 띠고 있고 눈썹 선은 연한 적갈색, 배의 중앙은 흰색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주로 곤충이나 나무열매를 먹이로 하며 여러 무리가 함께 생활하며, 울음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데 이는 먹잇감을 찾거나 먹을 때 무리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경계심이 아주 많아서 주변을 살핀 후 먹이를 먹는다.

   
▲ 성미산에서 겨울을 지내는 노랑지빠귀.

성미산에는 노랑지빠귀가 3~5마리 정도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는데 하루 종일 어치, 물까치, 까치 등과 먹이 경쟁을 하고 있다. 날아오르는 모습은 다소 어눌하게 뒤뚱 뒤뚱 하기도 하고 울음소리도 탁주처럼 걸쭉하다. 밝은 곳에서 보면 그 색과 자태는 참으로 아름답다. 고아함과 소탈함의 정취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새라서 보면 볼수록 새롭다. 올겨울도 무사히 잘 지내고 다음 철엔 보다 많은 개체수가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고향으로 출발하는 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 성미산의 자연환경이 건강해지면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과 자연 모두가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연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민·관 모두가 기울여야 하겠다.

이민형 채비움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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