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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 터전

기사승인 2020.04.06  11: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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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람은 아지랑이를 부르듯 따뜻하고, 햇살은 포근함으로 가득하다. 소한(小寒) 절기가 될 즈음엔 무척 추웠는데, 이젠 낮 기온이 영상 5도를 웃돌고 두꺼운 겨울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마치 멀리뛰기를 하듯 두어 달 가까이 계절을 앞서가고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물 기운이 감돌고 산책로 이곳저곳은 질퍽할 만큼 땅이 녹고 있다.

꽃피는 겨울

   
▲ 꽃망울 맺은 매화.

성미산엔 매화나무가 세 그루 정도 있는데 꽃망울이 맺혀서 머지않아 향기를 펼칠 기세이다. 날이 춥지 않으니 사람에겐 난방비, 전기료 등 생활비 부담이 줄어들어 좋겠으나, 자연의 섭리로 살펴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호박벌, 꿀벌 등이 잠에서 일찍 깨어나 봄인지 착각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벌통에서 나왔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거나 저녁이 되어 영하가 되면 얼어 죽는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현재 100만 종의 생명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그중 절반이 곤충이라고 한다. 벌을 포함한 곤충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는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경고했다.

핀란드의 생물학자 페드로 카르도소 박사 등 세계 과학자 25인은 국제학술지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 최신 호에 관련 논문을 게재하였는데, 곤충이 멸종하면 인간은 곤충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자연 생태계에서 곤충은 식물의 수정부터 결실까지 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사과나무, 벼, 고추 등 인간에게 밀접한 농작물 대부분은 꽃가루로 수정되니 곤충이 사라지면 농작물 수확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고, 결국 인간은 생존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 황여새(좌), 홍영새(우)

태평성세를 노래하다

따스한 겨울이 지나는 길가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듯 앉는다. 아주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휘리릭 날아오른다. 산수유나무 위에 앉고, 아카시아나무 위에도 앉는다. 해마다 성미산에 찾아오는 황여새와 홍여새인데, 대략 짐작 해봐도 500여 마리 가까이 된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마치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같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같다. 이곳 성미산의 경우 지난해에는 2월 말부터 관찰되었는데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영향이 이들에게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황여새는 깃털의 노랑, 주황, 빨강 색이 몸통의 은회색과 조화를 이룬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머리 깃이 특이하고 빛깔이 화려하여 태평성세를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겨서 태평작(太平雀)이라고 불렸다. 이 새는 중국 고전에서도 문학과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송나라 때 그려진 작자 미상의 〈도화산조도(桃花山鳥圖)〉에는 가지 사이에 황여새 한 마리가 복사꽃 향기에 취해 먼 산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앉아 있고, 청나라 시대 마전(馬荃)이 그린 〈자등쌍금도(紫藤雙禽圖)〉를 보면 등나무 위에 두 마리 황여새가 앉아 꽃향기를 즐기고 있다.

이처럼 황여새는 예로부터 시, 서, 화에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는데, 수 백 마리의 무리에서 특이한 색을 지닌 새를 발견했다. 황여새는 꼬리 부분이 색이 노란색인 반면 홍여새는 빨간색을 띠고 있다. 이 새는 십이황(十二黃)이라고 불리는데, 황여새와 함께 무리지어 다닌다. 황여새와 홍여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등재된 국제보호 새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감소로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사랑하고 이야기 한다

모든 생명은 탄생하고 성장하며 소멸되어 간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은 사랑이라는 정서를 그 밑바탕에 갖추고 있다. 명인재(明仁齋) 창으로 맑은 하늘의 햇살이 비춘다. 따뜻하니 이 또한 하늘로부터 사랑을 받는 기분이다. 그렇게 잠시 바라보니 한 쌍의 멧비둘기가 창가 건너편 이웃집 옥상 난간에 내려앉았다.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그 중에 좀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새가 수컷으로 보였다. 두 마리는 마치 여행을 온 커플처럼 정겨움이 피어오른다.

   
▲ 사랑을 나누는 비둘기.

서로의 깃털을 보듬고 부리로 이곳저곳을 단장해준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보고 있는 내 눈빛도 사랑의 감정이 일어날 듯하였다. 수컷 비둘기는 잠시 고개를 돌려 하늘가를 바라보더니 지긋이 암컷을 쳐다본다. 암컷 또한 준비되었다는 듯 그들의 눈빛은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이 빛나기 시작했고, 사랑의 입맞춤을 하였다.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서로에게 사랑고백을 하고 난 후 한강 쪽으로 유유히 날아갔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 모습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나의 마음 자세를 새롭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그들뿐이겠는가? 근자에 참새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이웃집 옥상에는 새들이 자주 날아와서 잠시 머물다 가는데 비둘기 커플을 보던 날 참새 커플도 보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할 정도였다. 워낙 작은 새라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그저 새들이 모여 있구나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사진 속 참새는 한참동안 서로에게 소리를 내었다. 왼쪽 참새는 듣고 오른쪽 참새는 말하였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장면같이 때론 심각하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하였다. 날갯짓도 하고 몸을 추스르기도 하며 잔잔한 바람결 사이사이로 비추는 햇살 아래에서 대화를 이어가더니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날아올랐다.

   
▲ 눈빛을 교환하는 참새.

성미산은 찾아오는 철새와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사는 텃새의 종과 개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그 아래 살아가는 마을도 이사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한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동네인지라 정겹고 아늑하다. 희로애락이 하루하루 펼쳐진다.

아마도 산이 주는 정서적 환경과 도심의 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사람과 새들 모두가 이곳에 의지하여 생존하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성미산으로 만들고,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수질 악화 등 자연환경에 민감한 새들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관찰하는 것에서 작금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처하는 대안적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주민이 새와 이곳의 숲을 사랑한다. 이 작은 산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익을 쫓아 산 이곳저곳을 파괴한다면 자연은 받은 만큼 재앙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부디 자연과 함께여서 행복한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

이민형 채비움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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