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현문)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발간한 <대형불화 정밀조사> 보고서. 보물 제1270호 영천 은해사 괘불탱 등 괘불 7건을 정밀조사한 성과가 수록됐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영천 은해사 괘불탱’ 바탕재로 쓰인 직물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삼베가 아니라 특수 비단인 ‘초(綃)’인 것으로 확인됐다. 괘불탱에 ‘초’가 사용된 것은 ‘청주 보살사 영산회 괘불탱’을 제외하곤 첫 사례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과 함께 2015년부터 10개년 사업으로 ‘대형 불화 정밀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현문)은 보물 제1270호 영천 은해사 괘불탱 등 지난 해 괘불 7건을 조사한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이번 보고서에는 영천 은해사 괘불탱 외에도 국보 제302호 진주 청곡사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259호 보은 법주사 괘불탱, 보물 제1264호 서산 개심사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445호 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642호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도, 김천 계림사 괘불도를 조사한 성과가 수록됐다.

비단의 조직은 일반적으로 치밀하지만 ‘초’는 성글다. 은해사 괘불탱에 쓰인 ‘초’는 씨실과 날실을 엇바꾸어 짠 평직(平織)으로, 얇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초’는 복식뿐만 아니라 회화 바탕재료로도 사용됐는데, 조선 중·후기에는 불화나 어진, 공신 초상화에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괘불탱에서 ‘초’를 사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성보문화재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괘불탱은 대형 불화여서 일반적으로 초 같은 성긴 비단을 바탕재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은해사 괘불탱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초’ 제작 기법 뿐 아니라 배접과 장황 기술이 뒷받침 되었기에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해사 괘불탱에는 너비 60cm 이상의 ‘초’가 사용됐다. 보통 평직은 한 올씩 엇갈려 짜는데 비해, 은해사 괘불탱에 사용한 ‘초’는 날실 두 가닥과 씨실 한 가닥을 넓은 간격으로 짠 것이 특징이다. 은해사 괘불탱에 사용한 초는 올 한 가닥에 들어간 섬유 역시 적어 올 두께도 가늘다.

‘초’를 그림의 바탕재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올과 올 사이를 메워야 쉽고 안정적으로 채색할 수 있는데, 은해사 괘불탱의 경우 해초풀로 올을 메우거나 채색하기 전에 배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 왼쪽부터 보물 제1445호‘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에 쓰인 은박,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의 바탕재인 특수 비단 초(綃) 현미경 사진, 보물 제1259호 ‘법주사 괘불탱’에 장식된 유소(流蘇). 사진 제공 문화재청.

성보문화재연구원은 또 ‘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에서 화면을 장식하기 위해 은박을 사용한 점과 ‘보은 법주사 괘불탱’에서 좌우 바깥쪽 고리에 유소(流蘇)를 달아 괘불탱 장황을 장식한 사례를 확인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에서 은박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장신구를 치장하는데 사용됐다. 괘불탱에서 금박을 사용한 사례는 많지만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처럼 은박을 사용한 경우는 이제껏 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탱에서만 확인됐을 정도로 드물다.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의 경우 은박 좌우에 금박을 함께 사용해 장식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유소는 깃발이나 가마, 옷 등을 장식하려고 갖가지 실로 매듭을 짓거나 꼬아서 다는 술을 말한다. 불화에서는 복장낭과 함께 좌우 가장자리에 장식으로 매달기도 한다.

이번 <대형 불화 조사 보고서>에는 괘불 7건을 정밀 실측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와 채색 정보, 세부 도판, 관련 유물 등 원형 자료와 보존 현황 정보 등을 담았다. 특히 염색 재료 분석과 미생물 조사, 채색 기법 연구를 통한 제작 방법, 전통 안료 사용 방식 검증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조사에서 처음 도입한 자외선-가시광선 반사 분광 분석 결과를 수록했다.

성보문화재연구원은 국립문화연구소와 함께 올해도 국보 제296호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등 괘불 7건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성보문화재연구원과 문화재청은 괘불을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훼손되었을 때 복원에 쓰일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2015년부터 ‘대형 불화 정밀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와 이미 발간된 보고서는 문화재청 누리집(http://www.cha.go.kr) ‘행정정보 - 문화재도서 - 간행물’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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