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연등회 연등행렬. 사진 제공 문화재청.

연등회는 한국불교계의 자랑이자 대표문화행사이다. 연등회는 1996년 ‘연등축제’라는 이름으로 새 모습을 갖춘 이래, 지금은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연등회가 이렇게 단시간 내에 이 땅을 넘어 세계적인 위상까지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종파의 벽을 초월해 등(燈)과 축제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 바로 ‘공양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불교계 여러 종단과 참가단체의 공감과 실무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 준 연등회보존회의 대응은 유연함과 순발력은 고사하고 ‘참여’라는 연등회의 초심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운, 참으로 아쉽고도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물론 이것은 전염병의 세계적인 유행 속에서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연등회보존회의 단방향성 문제 해결방식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의사결정 체계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연등회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바로 참가단체와 그 실무자들의 개성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적인 노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연등회의 소통성과 다양성 부족에 대한 문제는 진작부터 언급하고 싶었다. 그런데 연등회보존회는 축제의 틀을 안정화하고 매뉴얼화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1996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참가단체와의 소통 형식 역시 거시적인 방향성을 토론하는 적극적 방식보다는 매년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수준의 소극적 소통만 해오고 있다. 그 동안은 과감히 문제 제기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진각종을 비롯한 천태종, 한마음선원, 조계사, 구룡사, 도선사는 이른바 5개 등단의 핵심 참가단체로 불린다. 이 단체들은 지난 25년 동안 연등회의 성장을 이끌어 왔고, 이제는 연등회의 변화와 발전을 함께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기역량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위상에 비해 이 단체들이 연등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리와 역할은 거의 없다.

이 문제는 참가단체와 관련된 제도에서 좀 더 연관해서 언급하고 싶은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전승자 제도’다. 이 제도는 연등회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경험 있는 각 단체 실무자의 노고를 존중하고, 그 역량을 발굴·확대하여 구체적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승자들의 위상은 이전의 실무책임자 수준과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의무나 권리, 혜택도 없고 사회적 경력으로도 인정되지 않는 이름뿐인 제도다.

해마다 연등회보존회에서는 연수사업으로 일본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 등 세계적 등 축제를 계속 참관해 왔다. 그런데 왜 전승자들은 이러한 사업의 유무도 모를 뿐더러 연수 대상자가 될 수도 없었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

전승자 제도 외에도 목적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제도는 또 있다. 바로 ‘연등공방’ 제도다. 연등회보존회는 매년 봉축기간에 즈음하여 각 참가단체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하는 등 제작 공간을 ‘연등공방’이라는 통일된 명칭으로 명명했다. 그런데 연등회보존회는 연등회 참가신청서를 받을 때 연등공방 운영 여부를 파악하고도 제도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현실적 교류나 육성, 지원정책 또한 전무하다.

연등회가 향후 제대로 발전하려면 ‘전승자’와 ‘연등공방’ 제도를 실적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실제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전승자와 연등공방의 위상을 올바로 세우고, 그들의 노하우와 역량을 각 단체와 연등회보존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연등회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승자’와 ‘연등공방’의 위상 불안정과 활용 부재의 문제가 금년도 연등회 준비과정에서도 드러났다고 본다. 연등회보존회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긴급 상황 속에서 행사 일정 변경을 전후로 한 차례씩 10여 개 실무단체와만 소통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소통의 양도 그렇지만 그 내용도 아쉬움이 크다. 회의에서 연등회보존회는 두 번 모두 금년도 연등회가 처한 상황 설명과 대안 제시 없이, 각 단체의 준비 상황과 입장만을 반복해 묻는 공허한 진행만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회의를 마친 후 일부 실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나눈 대화에서는 연등회보존회의 상황 인식 부족과 대안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연등회보존회가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단호한 결정과 절제된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면서도, 참가단체가 준비해 온 지난 1년여의 정성과 노력이 아름답게 회향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실무자 간 대화에서는 나름의 대안도 오갔는데, 이러한 건강한 의견이 회의석상에서는 왜 나올 수 없는지 연등회보존회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화문에서 진행된 장엄등 특별전시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하고 싶다. 이 행사는 연등회 취소를 최종 결정하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회 회의에서 긴급하게 개최가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보존회가 준비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연등회라면 이 정도 상황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시간이 촉박하고 긴박한 상황이라고 해서, 행사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전시 기간, 작품 설치 및 철수 일정, 전시 위치 등 반드시 교감해야 할 필수적 실무 내용마저도 직접 문의해야 했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시 기획과 운영도 아쉬움이 크다. 인구 유동이 적은 북측 광장보다 지하철 광화문역 출입구와 버스 정류장이 인접한 세종대왕 동상 주변의 남측 광장을 고려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봉축 상징탑을 향한 방향으로만 작품을 전시하기보다 관람자가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해 도로 너머 인도 측을 향하게 장엄등을 설치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각 단체가 오랫동안 정성 들여 만든 장엄등이 상하지 않도록 전문 관리 인력을 배치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연등회보존회가 직접 외주를 맡겨 준비한 선두 등단의 장엄등만큼 각 참가단체가 직접 만든 작품도 소중히 여기도록 배치해 줄 수는 없었던 것인지, 각 단체의 특성과 상황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대화의 자리를 좀 더 많이 마련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 이른바 언컨택트(Uncontact) 시대에 들어선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변화의 시기가 10여 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연등회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연등회보존회가 급작스러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실력과 체계, 그리고 수용적인 마인드로 참가단체들의 역량을 이끌어내고, 다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한국불교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시작점이자 새로운 이정표가 된 연등회! 연등회가 참여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 성장해 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구장현 | 진각종 진각문화사업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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