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한국불교 정체성 드러낼 문화콘텐츠”

기사승인 2020.09.29  16:40:28

공유
default_news_ad1

- 가사(袈裟)

   
 

가사는 불교 승려가 불교의식이나 법회 때 편삼〔왼쪽 어깨에 걸쳐 왼팔을 덮고, 한 자락을 비스듬하게 내려 오른쪽 겨드랑이를 감는 승기지(僧衹支)와, 그 반대로 오른쪽 어깨에 걸쳐서 오른팔을 덮어 비스듬하게 왼쪽 팔에 이르는 복견의(覆肩衣)를 한데 붙여 옷섶을 단 것.〕 위에 걸쳐 입는 정식 의례복이라 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사계절 평상복으로 삼의를 입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등지에서는 날씨 때문에 가사 아래 장삼을 입게 된 것이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수록된 고려의 승의제도를 살펴보면, 국사와 율사는 긴 소매의 편삼을 입고, 자상(紫裳)을 한 위에 가사를 걸쳤다. 대덕은 짧은 소매의 편삼에 토황색 괘의(掛衣, 가사의 하나. 선승이 일할 때 목에 걸어 가슴에 드리우는 간편한 형태의 옷)를 입고 황상(黃裳)을 하였다. 비구는 토황색 포의(布衣, 베옷)나 자의(紫衣, 자주색 옷), 또는 납의(衲衣, 누비옷)를 입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승의제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승의에는 승가리(僧伽梨), 울다라승(鬱多羅僧), 안타회(安陀會)의 삼의가 있다. 안에 안타회를 입고, 그 위에 울다라승, 맨 위에 승가리를 입는다. 일반적으로 가사라고 할 때는 이 승가리를 가리킨다.

현대 조계종단의 착복 규정에 따르면 행자가 은사 스님을 정하여 5계와 10계를 받으면 마니가사〔摩尼袈裟, 조(條)로 나뉘지 않고 한 조각의 천으로 된 베가사〕를 입는다. 비구‧비구니계를 받으면 5조‧7조‧9조 가사 등을 입으며, 종정 및 대종사는 21조‧23조‧25조 가사 등을 입는다.

가사의 색깔은 《사분율》에서는 청, 흑, 목란(木蘭), 《십송율》에서는 청, 니(泥), 천(茜), 《설일체유부율》에서는 청, 니, 적, 《팔리율》에서는 청, 니, 암갈색 등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가사의 색은 세 가지로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청, 황, 적, 백, 흑 등 5대 색을 사용하거나 시대의 변천이나 종파에 따라서 달리 정하고 있다.

한국불교에서는 《가사공덕경(袈裟功德經)》이라는 문헌에 의거하여 가사 제작에 필요한 물품 준비에서부터, 승려의 품계별 가사의 크기와 옷감의 치수, 작침(作針)하는 시간과 작침 시작 전에 올리는 공양법, 작침 시에 불러야 하는 불보살의 명호에 이르기까지 정하고 있다. 《가사공덕경》은 찬술자와 판본, 사경자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가사를 제작하는 방식과 형태, 침선 과정에서 침공의 자세와 관련된 제반 의례, 가사 전용 제작도구 등을 설명하는 독자적인 문헌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한국불교에서 가사 제작은 종단별로 색깔이나 형태 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가사공덕경》에 의거하여 행한다.

바느질부터 점안까지 여법한 가사의 탄생

유물로 남아있는 가사를 보면 25조 가사의 경우 온박음질로 1cm 기준 평균 9땀을 바느질하는 아주 정교한 손기술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천매듭 단추라든지, 일월광첩(日月光貼) 문양, 허공침(虛空針)으로 뜨는 통문에 대한 해석, 사천왕첩에 대한 해석 등에서도 한국불교 가사의 독자성이 잘 드러난다.

가사는 길고 짧은 방형의 조각을 4장 1단, 3장 1단, 2장 1단으로 이어서 장조(長條)를 이루고, 이 장조를 5~25조 사이의 홀수에 해당하는 수만큼 모아서 장방형을 이룬다. ‘조(條)’는 직사각형으로 이어지는 조각 옷감을 말한다.

각 조를 잇는 방법은 중앙조가 양쪽 조의 좌우를 덮어 이어지면 그 다음부터 왼쪽 조는 왼쪽으로 덮어나가고, 오른쪽 조는 오른쪽으로 덮어나가게 된다. 튼튼하게 하려고 사방에 빙 둘러 단을 붙이기도 하는데 이것을 난(欄)이라고 한다. 사방의 네 귀퉁이에는 각첩(角帖)이라는 사각 천을 붙인다. 여러 개의 천 조각을 직사각형이 되게 붙이면서 사방에 통로를 내는데 이것을 통문(通門)이라고 한다.

통문을 낼 때는 아래 장을 뜨지 않고 위 장만을 뜨는 허공침(虛空針)으로 작침을 해서 콩알을 넣어 사방으로 굴러서 통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통문이 막히면 후생에 장님이 되는 과보를 받는다거나, 9조 이상의 가사를 수한 스님에게는 이 통문을 통하여 사천왕이 와서 외호한다거나 하는 믿음이 있다.

《가사공덕경》에 따르면 상품(上品) 가사일 때는 9불을 모시기 때문에 통문의 바늘땀수를 9땀으로 하고, 중품(中品) 가사일 때는 7불을 모시기 때문에 7땀, 하품(下品)가사에는 5불을 모시기 때문에 5땀으로 통문을 낸다고 한다. 현재는 승려복만 전문으로 만드는 곳에서 재봉틀로 바느질하여 다량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통문을 낼 수가 없어서 아쉽다.

또한 《석문의범(釋門儀範)》이나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 등에 나와 있듯이, 가사 제작이 완료된 이후에는 완성도를 검수하는 택가사, 괘가사, 피봉식, 가사이운(袈裟移運), 점안의식을 거행한다. 특히 바느질 과정에서 나오는 실밥, 천 자투리까지 침상(針床) 옆 종이봉투 안에 모두 모아두었다가 가사 제작을 완료한 후에 의례를 거쳐 처리하는 것도 의식의 하나다. 또 바느질 하면서 하는 염불도 의식에 포함시킬 만하다.

만약 가사 종목으로 무형문화재를 지정한다면 이러한 침선 단계에서의 일련의 의식까지 함께 묶어서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계종 가사원에서 점안까지 마친 가사보다는 사찰에서 가사불사 회향의식 전체를 직접 시연하고, 가사와 그에 관련된 의식을 합쳐서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를 심사하는 쪽이 훨씬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이운 절차에서 재가자도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한국불교의식으로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도가 스님에게 보시 공양할 가사를 머리에 이고 줄지어 의식 장소로 옮기고, 함께 법회에서 예배하고 독송하는 회향의식에서 한국불교가 신도와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고, 그 외연을 확장해 온 발걸음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사불사의식은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과 같은 18세기 불교의식집에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사성이나, 재가자와 공유했던 불교 신행으로서의 의미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이운이 이루어지면 이어서 가사를 받아서 점안하는 의식이 이어진다. 가사점안(袈裟點眼) 의식은 가사를 바치는 연유를 아뢰는 유치(由致), 향과 꽃을 갖추어 권청하는 향화청(香華請), 도량에 강림한 불보살에게 자리를 내어드리는 헌좌(獻座), 공양을 권하는 권공(勸供), 널리 공양하는 진언〔普供養眞言〕까지 하고 난 뒤에 시주자로 하여금 가사를 정수리에 이게 한다. 가사를 머리에 인 상태에서 불리는 게송이 바로 정대게(頂戴偈)이다. 정대게에 이어서 회향주(回向呪)가 이어지고, 시주자는 스님에게 가사 받기를 청하는 청사(請詞)를 한다. 시주자가 가사를 주고 물러나면 가사를 받은 스님은 그 가사를 머리에 인다. 그때 외는 것이 정대게주(頂戴偈呪)이며, 각각 가사를 받고 나서 축원을 한다.

《작법귀감(作法龜鑑)》에 수록된 ‘파불급경가사소송법(破佛及經袈裟燒送法)’에 의하면 낡고 헤진 가사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법한 의식을 거친 후에 태워서 버린다. 의식절차도 봉안할 때와 같아서, 연유를 삼보에 아뢴 후에 축원을 마치고 높은 곳에 자리한 반석 위에서 태운다. 향이 다 탈 때까지 게송을 지속하며, 준제주(准提呪)나 대명주(大明呪), 소재주(消災呪)를 해도 된다.

   
▲ 구족계에서 정식 스님이 되면 가사와 발우를 받는다. 사진은 선학원 구족계 모습.

동아시아에서 가장 원형 보존 잘된 한국의 가사

동아시아의 불교 가사를 살펴보면, 북한불교에서는 승려가 연 1~2회 특별한 법회 외에는 거의 양복을 착장한다. 일본 역시 주류 종단인 정토진종의 승려는 평상시에는 일반인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차림을 하고 있다. 또한 종단별로 가사 형태가 다르고, 색깔과 문양 역시 다양하다. 중국불교에서는 당·송대 이후로 종파에 따라 청빈옥색(靑儐玉色), 녹빈천홍색(綠儐淺紅色), 흑빈천홍색(黑儐淺紅色)을 사용하다가 공히 검은색 가사로 바뀌었으며, 문화혁명 이후에는 한층 화려해진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결국 율장에 근거하여 동아시아에서 풍토에 맞게 적용한 가사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은 한국불교이며,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가치가 더욱 두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 제작은 기능을 넘어 수행이고, 신앙생활이며, 공양이지만, 그 자체가 대외적으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서의 기능도 있다.

가사를 공양할 대상과 계절에 따라 적합한 천을 고르고, 《가사공덕경》과 각 종단의 의제법에 맞게 마름질하는 침공(針工)의 숙련된 손바느질, 그 과정에서 불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의례, 그리고 다 지은 후에 바느질 자투리를 처리하는 의례, 택가사, 괘가사, 피봉, 가사이운, 점안의식, 파가사소송 등의 절차를 하나의 영상에 담아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각 종단별로 다른 색깔의 가사를 제작하고, 그 과정별 중간 결과물을 함께 전시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김성순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