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333호 ‘건칠희랑대사좌상’. 사진 제공 문화재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사상(祖師像)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고려시대 고승 희랑 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 제333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 고려 초 활동한 화엄학승 희랑 대사를 조각한 상이다. 화엄학파가 신라 말 고려 초 남악과 북악으로 나뉘어 사상적으로 대립할 때 희랑 대사는 북악의 종장이었다. 남악의 종장이었던 지리산 화엄사의 관혜 스님이 후백제 견훤을 지지한 데 반해 희랑 대사는 고려 태조를 지지했다.태조는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희랑 대사를 복전으로 모셨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10세기 고려시대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좌상의 앞면과 뒷면을 다른 기법으로 조성해 결합한 조성 방식에 있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의 얼굴과 가슴, 손, 무릎은 삼배 등을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드는 건칠기법으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조성했는데, 이런 방식은 신라에서 고려 초에 이르는 시기에 조성된 불상에서 주로 확인된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여주 신륵사 조사상이나 영주 부석사 소조의상대사상 등 관념적으로 표현된 다른 조사상과는 달리 마르고 아담한 체구, 인자한 눈빛과 엷게 지은 미소, 노쇠한 피부 등 실제 모습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것이 특징이다.

희랑대사상 가슴에는 고승의 신통력을 상징하는 폭 0.5cm, 길이 3.5cm 크기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해인사에 전하는 설화에 따르면 희랑대사는 다른 스님들의 정진을 도우려고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조각상과 관련한 문헌 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유일한 조사상”이라며, “10세기 고려 초 우리나라 조사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 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국보 지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15세기 한의학 서적인 ‘간이벽온방(언해)〔簡易辟瘟方(諺解)〕’를 보물 제2079호, 17세기 공신모임인 상회연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新舊功臣相會題名之圖 屛風)’을 보물 제2080호로 지정했다. 또 ‘김해 대성동 76호분 출토 목걸이’와 ‘김해 양동리 270호분 출토 수정목걸이’, ‘김해 양동리 322호분 출토 목걸이’를 각각 보물 제2081~2083호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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