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3월 17일 조계사 앞에서 열린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 촛불집회’에 참석한 도정 스님. 불교저널 자료사진.

“자승 원장에게 범죄 묵과 말고 책임 있는 자세질 것 촉구, 문제 없어”
허정 스님 청구는 각하 “징계 당시 주지 아니어서 사법심사 대상 아냐”

법원이 조계종 호계원이 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창건주)에게 처분한 1, 2차 징계를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37민사부(재판장 박석근)는 도정 스님이 조계종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호계원이 2015년 4월 16일 ‘공권정지 3년 및 종덕을 대덕으로 법계 강급’한 징계 처분과 2018년 10월 17일 ‘공권정지 5년’ 징계 처분을 모두 무효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허정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이 낸 징계무효 확인 소송은 각하했다.

“징계사유 구체적 기재 없어 호계원법 위반”

법원은 호계원이 2015년 4월 16일 도정 스님에게 ‘공권정지 3년 및 종덕을 대덕으로 법계강급’한 징계 처분을 무효라고 판시했다. 조계종의 1차 징계 처분은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 출연했을 때 발언을 이유로 내려졌다.

법원이 도정 스님 징계처분을 ‘무효’로 판단한 이유는 징계 원인이 된 도정 스님의 발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린 글들이 종단 구성원으로서 건전한 비판을 한 동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구성원의 발언이나 의견 표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 종교단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허용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조계종 호계원의 도정 스님 징계결정문이 징계 사유나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발언을 구체적으로 특정조차 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등 <호계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1차 징계에 이어 2차 징계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도정 스님의 발언은 건전한 비판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 내에 있는 정당한 행위”이며 “공권정지 5년 처분은 과중하며 징계권을 남용한 하자”여서 ‘무효’라는 것이다.

“조계종의 징계 과중, 징계권 남용한 하자”

도정 스님은 2017년 3월 17일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촛불법회’에서 “종단 구성원의 폭넓은 참여 없이 체육관 선거 채택”, “후보자와 계파 간의 자리 나눠 먹기 밀약”, “금권 과열 혼탁 선거 등의 폐단” 등의 표현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2017년 8월 31일 ‘조계종 적폐청산 6차 촛불법회’에서는 “어쩌다 조계종이 비리백화점이 되었다.”고 발언했다. 2017년 12월에는 “요즘 본사주지나 종단 주요 소임자가 되려면 숨겨 놓은 마누라가 1명으로 안 되고 여럿 있어야 한다는 자조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이 들린다.”고 말하는 등 종단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법원은 도정 스님의 발언이 “근거 없는 소문을 남발해 중요 종무원과 다른 승려의 인격과 위신을 모독 손상하고 승가의 품위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정 스님이 “요즘 본사주지나 종단 주요 소임자가 되려면 숨겨 놓은 마누라가 1명으로 안 되고 여럿 있어야 한다는 자조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도 들인다.”고 말한 것에 대해 법원은 “총무원장이 된 설정 스님이 은처자 의혹 등을 해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건전한 비판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려하는 의도”라고 보았다. 법원은 또 “조계종단의 본사주지 등에 대해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의혹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제기된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도정 스님의 글은 아무 근거 없이 풍문에만 기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적광 스님 폭행 사건과 관련 “납치폭행 총무원장은 지금 사퇴하라”는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 “적광 스님을 납치하고 폭행하는 데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개입했다는 상당한 근거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납치폭행 총무원장은 지금 사퇴하라.”는 발언이 징계 처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범죄행위로 형사처벌 받은 승려가 더 가벼운 징계

징계처분 위법 정도 매우 중대, 정의관념 반해”

법원은 △도정 스님은 승랍 30년 이상의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남선사를 창건한 종단 중진승려이며 △징계 처분으로 주지, 종회의원 등 일체의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돼 종단 내 수행하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점 △징계 사유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는 점 △적광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의 거액 상습도박 등에 관해 기자회견하려 하자 호법부 소속 승려와 직원 등이 총무원 지하 건물로 끌고 가 상해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자행한 점 △자승 스님에게 총무원장으로서 범죄 행위를 묵과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하려는 건전한 비판행위였다는 점 △범죄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승려에게 공권정지 5년보다 더 가벼운 징계를 한 사례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납치폭행 총무원장은 지금 사퇴하라.”는 발언이 징계 처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조계종의 징계처분으로 도정 스님이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조계종의 징계처분은 위법 정도가 매우 중대해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 해당해 2차 징계처분도 무효임”을 확인했다.

조계종은 이 사건과 관련, 도정 스님에 대한 징계 처분은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이며,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지 않아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1차 징계처분 중 공권정지 3년은 이미 징계기간이 경과해 징계무효 확인 소송은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징계 효력 유무와 관련해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징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 종교 교리의 해석이 미치지 않는 한 법원은 사법심사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도정 스님이 창건한 남선사를 조계종에 등록했고, 조계종이 사설사암 창건주의 주지추천권과 재산관리권을 보장하고 있고, 중앙종회의원 등을 지낸 도정 스님이 공권정지 징계로 일체의 공직에 취임할 수 없어 종교상의 자격 시비가 아닌 구체적 권리와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허정 스님이 제기한 징계무효 확인 소송은 “주지였지만, 징계처분 당시 주지가 아니어서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분쟁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법원의 이 같은 태도는 일반 승려들에게 징계가 남발될 경우 법적으로 다툴 방법을 제한하고 있어 새로운 판례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김형남 변호사(신아 법무법인)는 “허정 스님 사건을 각하한 법원의 판결은 사찰 주지가 아닌 무욕의 선량한 수행자에게 징계가 남발되었을 때 이를 다툴 방법이 없다는 기존 판례를 따른 것이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제도 속에 숨어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있는 종교단체 권력층의 부패와 타락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의 건전한 비판적 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건전한 비판을 제기하는 전달자가 사찰 주지이냐 아니냐로 구분을 지을 것은 아니다.”면서 “종교단체들의 타락이 가속화되고 있어 법원 판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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