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1층 전시실에 모셔진 만해 한용운 스님 동상. 불교저널 자료사진.

재단법인 선학원 설립 조사 중 한 분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76주기를 맞아 개최하려던 만해예술제 행사가 취소되고, 대신 만해 스님 다큐멘터리가 제작된다.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송운, 이하 재단)은 10월 19일 오후 2시 종무회의에 앞서 제작사로부터 다큐멘터리 ‘만해 한용운(가칭)’ 제작기획안을 보고 받았다.

㈜디스플레이컴퍼니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는 60분 분량으로 11월 중 촬영을 마치고, 12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재단은 다큐멘터리를 교육용 자료로도 쓰일 수 있도록 제작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큐멘터리는 만해 스님의 생애에서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장소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쫓아가며 스님의 업적과 사상, 예술혼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홍성 만해 스님 생가와 출가사찰인 인제 백담사, 독립운동으로 여러 차례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 10여 년간 주석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학원 중앙선원, 입적할 때까지 말년을 보낸 심우장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생가와 백담사에서는 스님의 어린 시절과 출가 후 사상이 여물어가는 과정을, 서대문형무소와 선학원 중앙선원에서는 스님의 독립운동과 문화예술정신을, 심우장에서는 만해 스님의 인간적 면모와 스님이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만해 스님의 사상과 예술을 현시대에서 어떻게 배우고 이어가야 할지 조명할 계획이다.

영상에는 선학원 관계자와 학자, 예술인 등을 섭외해 선사, 독립운동가, 문화예술인으로서 스님의 삶을 현장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또 만해예술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던 시 낭독과 한국무용, 재단 소속 분원 합창단의 노래 공연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작기획안 보고에서 재단 임원진은 만해 스님의 주요 활동이 중앙선원에 주석할 때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다큐멘터리에서 좀 더 비중 있게 다루어줄 것을 요청했다.

재단이 만해예술제를 취소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보훈청은 지난 8월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재단에 만해예술제를 비대면 방식의 행사로 전환해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재단은 국가보훈청의 요청을 검토해 행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치르기보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개하는 것이 만해 스님의 생애와 사상, 예술혼을 알리는데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행사를 후원한 국가보훈처와 협의를 거쳐 다큐멘터리 제작을 최종 결정했다.

재단은 당초 ‘만해 한용운 76주기 추모 만해예술제’를 ‘기룬 것’을 주제로 9월 5일 오후 3시 서울 더케이아트홀(구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수도권 일부 교회와 학원, 다중이용시설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8·15 광화문집회 참석자를 매개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8월 24일 열린 종무회의에서 만해예술제 행사를 재연기한 바 있다.

올해 만해예술제의 주제어인 ‘기룬 것’은 만해 스님의 시 <군말>에 나오는 시어로 ‘그리워하다’의 옛말이다. ‘기룬 것’은 그리움과 존경, 자부심의 대상으로서 만해 스님과 스님이 한평생 추구했던 조국의 독립, 불교개혁을 상징한다. 시낭송, 합창, 예술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매개로 선학원 설립 조사 중 한 분이자 독립운동가, 불교개혁가, 문화예술인으로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만해 스님의 독립, 불교개혁, 문화예술 정신을 기린다는 뜻을 함축했다.

올해 만해예술제는 1부 합창제, 2부 추모 예술제로 나뉘어 열리던 예년과 달리 두 행사를 융화하고 대중예술 공연을 추가해 관객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됐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대체되면서 미완의 행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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