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학원 이사장 송운 스님.

경자년 한 해가 지나가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8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돼 고통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줄고,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앞으로 인류에게 펼쳐질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코로나19는 인류와 세계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한 종교 앞에는 변화하는 사회·문화에 적응하고, 인류가 나아갈 바를 제시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신축년 새해는 우리 재단법인 선학원에게도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2021년은 재단법인 선학원이 설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일제의 간악한 식민통치와 민족정신 말살에 맞서 민족불교를 수호하고 불조의 정맥을 잇기 위해 만해 한용운 스님을 구심점으로 이판계의 수도도량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불교계 항일운동의 구심점이었으며, 민족불교를 지켜낸 성지였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왜색화 된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정화불교의 산실이었습니다.

이처럼 재단법인 선학원이 걸어온 지난 100년의 역사는 민족불교의 정통성을 지키고 불조의 정맥을 계승하기 위한 역사였고, 재단법인 선학원의 설립 조사 스님과 역대 조사 스님은 한국불교 근·현대사를 밝혀온 등불이었습니다.

이제 재단법인 선학원은 새로운 10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 앞길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감소되면서 출가자와 신도 수는 나날이 줄고, 그에 비례해 사찰경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재단을 예속시키려는 조계종과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조계종에 동조한 일부 창건주·분원장의 움직임도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법인 선학원은 지난 100년과는 다른 새로운 비전과 역할, 실천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사명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선학원 백년사》를 편찬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선학원 백년사》를 통해 지난 100년 간 한국불교의 정맥을 지켜온 설립조사 스님과 역대 조사 스님의 사상과 업적, 재단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미래 100년의 이념과 방향, 목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재단은 지난 100년의 성찰을 바탕으로 재단과 분원, 나아가 한국불교의 미래 100년을 향해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재단법인 선학원 앞에 놓인 미래 100년의 길이 탄탄대로가 될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재단법인 선학원의 발길에 재단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 동참이 더해진다면 그 길은 밝을 것입니다.

재단법인 선학원이 지난 100년의 역사 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재단법인 선학원이 밝혀갈 새로운 100년에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1월 1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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