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크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이하 SCO)에 가입된 국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불교 유산들이 인터넷으로 전시된다. SCO는 1996년 4월 26일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회원국들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약을 체결한 후 2001년 국제기구로 개편되었다. 현재 정회원국인 8개국 외에도 이란, 터키,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가들이 준회원국이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뉴델리에서 열린 SCO 국가 정상들의 화상회의에서 막을 올린 ‘불교문화유산 전시회(Shared Buddhist Heritage)’는 SCO가 개최하는 최초의 국제 온라인 전시회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을 위로하려는 뜻으로 뉴델리 국립박물관이 다른 회원국 박물관 과 긴밀히 협조해 기획했다.

8개 회원국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불상, 불화, 법당 장식품, 의례 용기 등 다양한 예술품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3D 스캔을 통한 디지털 3차원 모델, WebGL(웹 기반의 그래픽 라이브러리·웹 브라우저에서 상호작용하는 3D와 2D 그래픽 표현), 가상현실 기술, 혁신적인 전시기획과 서술방식 등 최신 IT 기술들이 사용되었다. 한때는 그지없이 융성했으나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각 나라들의 찬란한 불교문화 유산을 우리 눈앞에 바로 보여준다.

▲ 우즈베키스탄의 부조 불상.

불교왕국이었던 실크로드 국가들, 지금은 이슬람만 남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한때 불교가 융성한 곳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지만, 실크로드로 연결된 이 지역은 서역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곳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서교역의 중심 무대였던 중앙아시아는 건조지대이자, 사막지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기점인 파미르 고원(총령)으로부터 히말라야 산맥, 쿤룬 산맥, 힌두쿠시 산맥, 카라코룸 산맥, 톈산 산맥 등이 팔방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이 산맥들 사이엔 사막과 저지대가 펼쳐지는데 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오의 아시스 도시들을 연결한 길이 바로 동서 문명교류를 상징하는 ‘실크로드(silk road)’이다. 이 길을 통해 중국의 비단과 서구의 문물이 왕래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고 다시 동아시아로 전파되었기에 이 길은 ‘법의 길’이라는 뜻의 ‘붓다 루트(Buddha Route)’ 혹은 ‘다르마 로드(dharma road)’로 불리기도 한다.

학자들은 파미르 고원 동쪽의 ‘동(東) 투르키스탄’〔중국 신강성〕과 서쪽의 ‘서(西) 투르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을 합쳐, 흔히 ‘중앙아시아’로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서역이라고 부른다. 인도에서 이곳에 전해진 불교는 인도와 다른 독특한 불교로 발전했으며 중국에 처음 전해진 불교가 바로 이 서역불교다. 특히 1세기에서 4세기 무렵까지 주로 서역 출신의 승려들이 중국에 가서 역경에 종사했다. 대표적인 예가 쿠차 출신의 구마라집이다.

5년마다 스님들 극진 대접하는 대회 열어

서역에서 불교는 왕과 국민 모두에게 열렬히 신봉되었다. 소륵(疏勒, 현 카슈가르) 지역에서는 ‘반차월사(般遮越師)’라는 대회를 5년에 한 번씩 개최하면서 주변국의 스님들을 초청하는 동시에, 대회를 통해 보시한 물건을 다시 사들여 사원경제를 발전시키는 이중보시를 행하였다. 또한 쿠차에서는 5년에 한 번씩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고, 왕부터 서민까지 함께 설법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때 국왕과 대신이 국사를 논한 후, 고승을 찾아 물은 다음에 이를 선포했다고 한다.

실크로드의 중국 쪽 입구였던 둔황(敦煌)을 비롯한 많은 석굴유적군의 벽화나 불상은 서역불교 미술의 절정을 보여 준다. 회화의 주제는 주로 부처님의 전기나 본생담이고, 그 주변이나 천정에는 작은 불상·천신·꽃무늬 등이 그려져 있다. 벽화에 그려진 인물의 복장과 문양은 그리스·로마풍이나 이란풍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실크로드 각국의 불교는 끊임없이 발전하다가 8세기 이후부터 이슬람세력의 침입으로 인해 맥이 거의 끊어지게 된다. 이후 13세기 초와 17세기 잠깐 융성했던 불교는 중앙아시아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다.

▲ 러시아 윤장대, 19세기.

시베리아의 민간신앙에서 시작해 선 명상까지, 러시아 불교

러시아에 속한 일부 공화국이 한때 불교국가였다? 낯설긴 하나 사실이다.

17세기경 티베트불교가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로 들어왔다. 제정 러시아 시대였던 1741년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여제가 브리아티아 공화국의 불교를 공식인정하는 칙령을 내리면서 11개 승원을 건립하고 150명의 라마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공산주의 치하에서도 브리아티아, 투바, 칼믹 등 시베리아 바이칼호 근처의 공화국에서는 민간신앙으로 불교의 전통을 지켜왔다. 하지만 소련이 공식적으로 종교 활동을 금지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원은 폐쇄되고 민간 신앙 형태의 불교만이어져왔다.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에서는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불교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사회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이들 바이칼 인근 공화국들은 전통 사원을 재건하고 전통의례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과거의 전통 사원들이 복을 기원하고 종교의식을 집전하기 위한 곳이었다면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서는 도시인들을 위한 선센터가 급증하고 직장인들을 위한 명상과 불교 강좌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52년 국제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WFB) 2차 대회에 옵서버를 파견한 러시아는 1973년 11차 대회에서 정회원국으로 가입, 1984년 14차 대회에서는 부회장국이 되었다. 1987년 달라이 라마가 레닌그라드를 방문했고 틱낫한 스님도 러시아에 수행센터를 설립했다.

▲ 타지크스탄의 열반에 든 부처님 와불상.

온라인에서 지역 특성 묻어나는 불교 예술품 선보여

SCO의 온라인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에는 지역에 따라 적응해온 각국의 불교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인도 전시장은 간다라와 마투라, 날란다, 아마라바티, 사르나트의 불교 유산을 3D 기술로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파키스탄 전시장에서는 카라치, 라호르, 탁실라,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등의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석가모니 고행상, 석가모니의 족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중국 둔황연구원은 찬란한 석굴 건축과 벽화, 장식적인 문양, 의상들을 디지털 기술로 재현해 가상현실 속 생생한 이미지로 제공한다. 모스크바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은 불상, 의례용구 등 브리아티아 불교의 독특한 소장품을 공개한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의 박물관들이 출품한, 먼 옛날 찬란했던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시절의 희귀하고 금빛 영롱한 소장품은 눈을 황홀하게 한다. 특히 타지키스탄의 ‘열반에 든 부처님 와불상’은 감탄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SCO의 ‘불교문화유산 전시회’는 2021년 2월 28일까지 누리집(https://nmvirtual.in/)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하여•영어번역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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