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신 작 ‘소리 없는 노래를 들려줄께’, 162.2×115cm, 장지에 분채·금박·금분, 2020.

불교 도상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쳐온 박은신 작가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비천(飛天)’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박은신 작가는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갤러리 이즈에서 개인전 ‘보이지 않는 빛, 들리지 않는 소리’를 개최한다.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이번 개인전에는 해인사 명부전 주악비천, 안성 청룡사 대웅전 주악비천, 영덕 장륙사 대웅전 비천 등 사찰의 비천을 현대적이고 개성적으로 변용한 작품 등 모두 30여 점이 출품된다.

전시회 이름인 ‘보이지 않는 빛, 들리지 않는 소리’는 비천이 연주하는 음악과 그 아우라를 상징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먹빛과 스며드는 한지의 질감, 겹겹이 쌓아올려 색을 내는 진채의 매력에 빠져 2013년부터 줄곧 순지 위에 먹과 분채, 석채, 금분, 금박을 입히는 한국화작업을 해왔다.

박 작가의 작품세계가 극적으로 변화한 계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0년 열린 고려불화대전이었다. 어둡지만 빛나고, 화려하지만 고요한 고려불화를 순수회화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박 작가는 이후 불화와 불상의 도상을 작품에 도입하였고, 수인을 소재로 한 연작을 발표했다.

박 작가의 작품은 앞서 언급했듯 불교 도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가는 붓다나, 보살, 수인, 별자리, 고목과 적벽 등 초월적인 것을 상징하는 도상과 떨어지는 매화꽃과 동백꽃,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등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도상을 한 화면에 우의적으로 담아 시간의 단위와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동양철학과 현대과학, 불교철학과 현실이 만나는 접점을 표현해 왔다.

“사면으로 둘러싸인 광고문구와 감각을 사로잡는 각종 미디어에 혹사당하고 있는 우리의 지친 어깨 위에 꽃비를 뿌려주듯 빛을 내고 노래를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 시대의 비천상을 표현했다”는 박 작가는 “저에게 비천은 단지 위안이 아닌 진리이며, 돌아보는 마음이며, 때로는 너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계속 비천상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담 스님(전 불일미술관 학예실장, 영화감독)은 추천사에서 “박은신 작가는 불교미술의 정수인 전통 불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면서도 불교적 세계관의 내면화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불화의 발전에 사뭇 이정표 역할을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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