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석 교수(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연구소장)는 ‘천태 찬 《법화삼매참의》의 구성과 문화사적 의의’ 주제 발표를 통해 “천태는 일상의 의례와 수행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수행과 의례가 언제나 병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차 교수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연구소가 4월 23일 교내 호운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불교의례와 법화천태사상’ 주제 제17차 학술세미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차 소장은 천태의 참법 중 하나인 《법화삼매참의》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문화사적인 의의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면서 “천태는 다양한 참법을 제정했지만 그것을 수행론과 결부해서 체계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상의 의례와 수행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수행과 의례가 언제나 병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그는 “천태의 참법은 단순한 계율에 머물러 있었던 참회를 의례 속에 수용하여 수행의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면서 “이전의 역사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참회문이 등장하고, 시대적 암울함을 표현하고 있을 때, 그리고 참회가 속죄와 현실이익을 추구하는 속신앙의 차원으로 대중 속에 파급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 천태는 왜곡되어 가고 있었던 참회사상을 수행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지나치게 세속화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의례를 통해 종교적 감흥과 체험을 동시에 지향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천태의 수행법은 당대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의례문화의 역사에 일대 전환기를 만들게 된다. 이전의 단순한 참회, 내지 계율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참회를 의례 속에 포용하여 일상의례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작업의 결과는 당·송대를 거쳐 발전하는 동북아시아 의례의 전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의 의례문화가 발전하고 정착하는데 부정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법화삼매참의》는 천태의 정혜병수(定慧幷修)나 이사무애(理事無礙)의 사상적 토대 위에 제정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다양한 대중을 포용하기 위해 사참(事懺)과 이참(理懺)의 원리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법화경》의 삼주설법, <보현보살권발품>, <안락행품> 등의 사상과 《보현관경》, 반야사상 등이 절묘하게 융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장점이 동북아시아의 의례문화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차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의례문화는 중국의 명·청시대를 거치면 본질을 상실하고, 의례 자체에 고착화되는 현상을 연출하게 된다”면서 “의례가 지니는 종교적 순기능 보다는 제의적 기능, 내지 속화된 기능의 중시”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국불교 연구가인 미국인 아서라이트의 평가처럼, 불교의 본질이 의례에 매몰되거나 지나치게 의례가 불교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중국불교가 퇴락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의례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의례가 지니는, 혹은 의례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속성이 외면당했거나 왜곡되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라고 했다. 이에 차 교수는 “이 같은 점은 건전하고 건강한 불교적인 의례문화를 연구하고 정립하기 위해서 유념해야할 사항”이라고 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천태 찬 《법화삼매참의》의 특징과 문화사적 의의(차차석·동방문화대학원대)외에도 △범패, 그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고찰(윤소희·위덕대) △불교의례의 삼밀행법과 예술성(법안·조계종 어산학교) △영산재화의 내적 사상(이성운·동방문화대학원대) △조선 중·후기 불교계의 법화신앙과 의례(오경후·동국대)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 업무 제휴사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