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 일타 대종사 문도 분들께 심려를 끼쳐 깊은 참회의 삼배를 올립니다. 제10교구 주지 덕우 덕관 스님과 법상좌 인연이 다 하였기에 동곡 문도들과 종도들께 이연 공고를 드립니다. 널리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회주 돈명 스님이 본사 주지 덕관 스님과 이연(離緣)을 공개 선언했다. 교구본사 주지를 상대로 이연공고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덕관 스님은 범어사 출신이지만 돈명 스님에게 건당한 법상좌였다. 돈명 스님 등 문도 지지로 중앙종회 의원에 이어 지난 1월 교구본사 주지에 선출됐다. 지난 17대 중앙종회 의원 선거에서는 차점자로 종회에 진출했고, 본사 주지 선거에서는 4표를 더 얻어 교구장이 됐다.

그런데 은사 돈명 스님이 종단 기관지 <불교신문> 2021년 7월 27일 자에 공개적으로 ‘이연 공고’를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돈명 스님 등 은해사 대표 문중인 동곡 일타 문중은 덕관 스님을 문중에서 퇴출하고, 교구장 직무정지 방안까지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주지 돈관 스님은 덕관 스님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종단 호법부에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덕관 스님의 반발에도 여러 조치가 취해질 경우 은해사는 한동안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은해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덕관 스님이 주지 임기가 남아있는 선본사(갓바위) 등 몇몇 말사주지 인사를 본사 운영위원회의 입장과 다르게 진행하면서 마찰이 일었고, 회주 돈명 스님의 뜻과도 다른 행보를 하면서 갈등이 심각해졌다.

올해 2월 교구본사 주지에 임명된 덕관 스님은 수말사인 선본사(갓바위)와 거조사, 대전사 등 주요 사찰 주지 교체를 시도했다. 덕관 스님은 “말사 주지 추천권은 교구본사 주지의 고유 권한이며, 수말사 인사권을 주지가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돈명 스님을 비롯한 중진 스님은 선본사는 12월까지 주지 임기가 남아있는 데도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구장이 성급하게 권한을 남용하려 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해사 A 스님은 “덕관 스님 취임 후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선본사(갓바위)의 재정을 매월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재정의 일부를 승려복지와 교육, 포교에 사용해 은해사의 사회적 역할과 재적승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했지만, 본사주지가 운영위원회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인사권은 고유권한이라면서 동의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돈명 스님을 비롯해 문중 중진 스님들과 덕관 스님은 서로의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고, 결국 돈명 스님이 중대 결정을 문중 스님들에게 통보했다.

은해사 B 스님은 “회주 스님은 이미 6월 문중 대표 스님들에게 덕관 스님과 이연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이연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써서 덕관 스님이 문중 스님들에게 참회하고 본사를 화합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점진적인 행보를 보이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전 교구장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교구장이 파화합 행보를 보이면서 결국 극약처방을 한 것”이라고 했다.

B 스님은 “전임 교구장과 관련된 교구장의 움직임에 문중 대표 스님들이 관련 인사들을 만나 세밀하게 내용을 살폈고, 관련 인사는 잘못된 발언에 참회하고 근거 없는 소문임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교구장은 문중 스님들에게 마치 불미스런 일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등 본사주지의 품위나 역량이 있는 지 의심케 했고, 한 차례 이연 공고 내는 걸 막았다가 결국 내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덕관 스님이 고립무원 같은 처지가 되고 교구장 지위마저 위태롭게 되자 종무행정마저 마비됐다. 종무행정을 책임진 7직 국장이 모두 사직했다. 일반직 종무원들도 사직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명 스님 측은 총무원에 본사주지 직무정지를 요청하거나 호법부에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해사 C 스님은 “월주 스님께서 입적하면서 직무정지 신청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주 스님 장례가 끝나면 직무정지와 관련된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은해사 D 스님은 “허위사실 유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사안이 중첩되어 왔다. 모든 내용을 정리해 빠른 시일 내 호법부에 제소도 이루어질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E 스님은 “본사주지는 본사의 종무행정을 총괄하고, 말사 주지 인사권도 본사주지에게 있다.”며 “선출직인 본사주지를 압박하고, 국장들을 사표 내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덕관 스님이 은해사 문중의 직계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덕관 스님은 범어사 출신으로, 화엄사 모 스님의 친동생이다. 화엄사 모 스님의 천거로 돈명 스님의 법상좌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화엄사 유력 인사가 돈명 스님과 덕관 스님의 화합을 위해 은해사를 방문해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C 스님은 “우리 문중도 아닌 스님이지만 돈명 스님 법상좌라는 점 때문에 은해사 중앙종회 의원과 교구본사 주지까지 맡을 수 있었다. 본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문중 스님들이 밀어줘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은사 스님에게 하는 행동과 말, 본사주지 취임 후 돌변한 태도 등으로 볼 때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D 스님은 “본사 주지가 새로 취임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 안타깝고, 화합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데 안타깝고, 종단 전체에 송구하다.”면서도 “교구가 화합되고 안정되도록 문중 어른 스님들이 빠르게 정리해 갈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승이 이연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하지만 종단 기관지에 이연 공고까지 내는 경우는 드물다. 이연 공고는 사실상 돈명 스님 등과 덕관 스님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덕관 스님은 돈명 스님이 종단 기관지에 이연 공고를 내고, <불교닷컴> 등 일부 매체가 이를 보도하자 3일 만에 사직했다. 이에 따라 은해사는 직무대행체제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은해사 E 스님은 “덕관 스님이 종무소에 사직서를 냈다지만 (총무원장의) 수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26일) 월주 스님 영결식이 있어 총무원과 은해사 내부에서 주지 사임과 이후 대응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덕관 스님이 사직서를 낸 만큼 빠르게 이후 일정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 스님은 “선출직 교구장이 사직해 직무대행이 불가피하겠지만, 아직 직무대행을 누구로 할지는 깊이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은해사 안정과 화합을 위해 회주 스님과 문중 중진 스님들이 깊이 고민해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덕관 스님이 25일 회주이자 은사인 돈명 스님에게 참회의 뜻을 밝혔지만,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이 나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덕관 스님이 회주 돈명 스님과 문중 내 몇몇 스님들에게 조건 없이 참회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 은해사 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은해사 F 스님은 “이연 공고를 기관지에 낼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을 끝내겠다는 것 아니었겠느냐”면서 “본사 주지가 회주 스님에게 참회했다지만, 회주 스님 외 다른 중진 스님과 문제도 중첩돼 문제를 풀기 어려웠고, 이미 때가 늦었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덕관 스님은 25일 “대중들에게 알려진 마당에 맞다 틀리다 등 변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무조건 참회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6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서현욱 |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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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제휴사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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