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위원회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8월 27일 밝힌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회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는) 국가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환영했다.

불교인권위는 8월 28일 낸 성명에서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환영하면서, “사찰 피해자와 고문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 명예회복, 피해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8월 27일 과거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선언했다. 이는 7월 24일 국회 결의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박 원장은 ‘국민사찰 종식 선언 및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과거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과거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국정원 지휘 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됐다.”며, “정보기관 역할과 사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아래 정권에 비판적인 개인, 단체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찰하고 탄압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정·관계, 학계 인사와 관련 단체, 그리고 그 가족과 단체 회원까지 사찰, 탄압했다.”며, “여기에 국정원 내 일부 국내 부서가 동원됐고, 국정원 서버와 분리된 별도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작성 보고했다.”고 공개했다. 아울러 “대북 심리전단은 온라인 활동으로 여론을 왜곡했다.”고도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특히 “문화·예술·종교계 인사들의 동향도 전 방위적으로 수집했고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현업에서 퇴출시키려 압박했다.”고 인정했다.

이미 명진 스님에 대한 국정원 사찰 문건이 재판을 통해 입수돼 공개된 바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종교계 인사들의 동향도 전 방위적으로 수집하고 활동하지 못하도록 현업에서 퇴출시키려 압박했다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은 국정원이 명진 스님에 대한 불법사찰을 기획했으며, 스님을 광범위하게 사찰해 승적을 박탈하려했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문제 연예인 리스트를 만들어 기관에 통보하는 등 인물과 단체를 선별해 집중 관리하기도 했다. 반면 친 정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계 인사와 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이 단체와 기업의 금전 지원을 연결해 주고 특정 사업에는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나아가 국정원이 사실상 외곽 단체를 운영해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반대와 비방을 담은 강의 교재 등을 발간, 배포해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기관을 정권 보좌기관으로 오인하고 정권 위에 국가와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했던 것”이라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런 잘못이 계속돼 왔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날 박 원장은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 “저는 국정원이 국민께 사과드리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사법부 판단이 완전히 끝나더라도 이런 잘못을 영원히 기억해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천하겠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국정원 개혁이 이뤄졌음을 언급하고, “이번 정부 들어 정권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 불법 사찰은 없다고 단연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며, “국정원을 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정치 중립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사과는 재발 방지 선언, 피해자 사과 등 내용이 담긴 국회 결의안을 이행한 것이다. 앞서 국회는 7월 24일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사찰성 정보 공개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결의안을 가결했다.

불교인권위는 “이번 조치는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사찰성 정보 공개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에 따른 것이며, 만시지탄의 늦은 감이 있지만 민주주의 완성을 열망하고 여전히 사찰 경험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과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 활동가들에게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가정보원의 사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5년마다 바뀌는 정부에 따라 국가정보기관의 사찰과 탄압은 언제 어떻게 분출할지 모르는, 잠시 활동을 멈춘 활화산과 같다.”면서 “국가정보원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의 약속이 지켜지고 완성되려면 사찰 및 고문피해자(단체)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에 따르는 피해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불교인권위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물론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군부정치의 민간인 탄압과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초석을 다지는데 동참했던 모든 분들께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사의 표현”이라고 했다.

불교인권위는 “부처님께서는 국가공권력에 대해 ‘자비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을 외아들처럼 보살펴야 한다.’고 하셨다.”며 “이는 부모가 자식 위에 군림할 수 없듯 국가공권력 역시 국민들 위에 군림 할 수 없음을 말한다. 따라서 이번 국가정보원의 사과를 계기로 더 이상 국가가 국민(단체)을 사찰하고 탄압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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