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사진 제공 원오원아키텍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인 국보 제78호와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1월 12일 상설전시관 2층에 두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만을 전시하는 새로운 상설전시관 ‘사유의 방’을 개관했기 때문이다.

‘사유의 방’은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해 감동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독립된 공간에서 함께 전시한 것은 1986년과 2004년, 2015년 등 모두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사유의 방’을 새로 개관하면서 언제든 박물관을 찾아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박물관이 ‘사유의 방’을 새로 마련한 것은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다. 박물관은 이를 위해 상설전시관 2층에 439㎡ 규모의 새 전시실을 조성하고,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예술성과 조형미를 온전히 표출시켜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꾸몄다.

박물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건축가와 협업해 전시실을 조성했다.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가 그 주인공. 최 대표는 소극장 크기의 전시실을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전시실 바닥과 벽, 아스라한 반짝임을 주는 천정 등으로 꾸며,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추상적이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오롯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관람객 스스로 관람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전시관을 디자인한 것도 ‘사유의 방’의 특징. 미디어 아트워크 영상을 설치한 긴 진입로는 관람객이 어두운 실내에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돕는 전이(轉移) 공간이다. 전시실로 천천히 걸어 들어서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마주한 뒤 타원형 전시대를 따라 전체 모습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전시품 정보를 적은 설명문도 최소화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음 속 생각과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했다.

최 대표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에너지와 공간이 일체화된 느낌을 주려고 했다.”며, “천 년 이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누적된 기억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와 미래 세대를 감동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해설과 전시 공간 설명은 전시실 벽면에 있는 QR코드로 제공된다. 또 QR-리플릿을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 게재해 방문 전후 필요할 때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유의 방’은 연중 어느 때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고요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관람객이 몰리는 경우 동시입장 인원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관장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생로병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상징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역동적인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코로나19를 딛고 나아가려는 이때 ‘사유의 방’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은 ‘사유의 방’ 개관을 기념해 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출시했다. 두 종류 모두 따뜻한 파스텔 색조에 정밀하게 세부를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미니어처는 박물관 내 문화상품점과 온라인 문화상품점(museumshop.or.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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