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청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0여 명이 17일 오전 조계사를 찾아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참회의 108배를 올렸다.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며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발언이 불교 폄하 논란을 일으킨 부분도 역시 참회했다.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선 후보에 이어 정 의원도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조계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의원은 조계사를 찾아 참회의 뜻을 밝히려했지만 거부됐고, 페북으로 사과하고 불교관련 법률 개정 등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조계종은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과 잇따른 불교왜곡 사건에 범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주권 수호 등을 이유로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김영배 전통문화발전특위 위원장, 서영교 전통문화발전특위 위원, 김영진 사무총장, 정청래 의원 등 의원 36명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를 올리고, 참회의 뜻을 담은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어 발원문을 낭독하고 동료 의원의 막말 사태에 대해 재차 참회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발원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불자 국회의원들은 임인년 새해 청정도량 조계사 대웅전 부처님 전에 모여 참회하고 발원한다”며 “1700여 년 한국불교 역사와 현재, 그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벼이 생각해 커다른 구업(口業)을 지었음을 참회하고 또 참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박정희 정권 당시 조계종의 막대한 사찰 부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했고, 국가 재산인 것처럼 활용한 뒤 조계종에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아 비롯된 문제이며, 우리나라 국가문화재, 전통 문화재 대부분이 조계종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적 보존관리를 위한 정부 부처 간 업무 통합조정 노력이 전무한 사태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를 관련법 개정과 행정 감사로 바로잡아야 할 주체가 바로 국회의원임에도 한순간 이를 망각하고 동료 국회의원이 부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참회했다.

아울러 “스님과 신도님 불교문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며 “더불어민주당 불자 의원은 중선봉행(衆善奉行)의 마음으로 앞으로 불교계의 뜻과 요구를 존중해 문화재 정책, 국립공원 정책을 개정하고 정부가 제대로 된 행정을 실행하도록 견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전국 산하에 깃든 뭇 생명이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 사찰을 찾는 국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 생활이 여법해지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108참회를 마친 정 전 총리와 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 조계종 지도부와 면담해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비공개 면담에는 교육원장 진우 스님, 포교원장 범해 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 총무부장 삼혜 스님과 종책특보단장 혜일 스님 등이 배석했으며, 민주당 쪽에서는 윤호중 원내대표, 정세균 전 총리, 김영배 최고위원, 이원욱 정각회장 등이 참석했다.

30여 분간 비공개 만남 후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민주당 지도부 의원 등은 4층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 중 오고 간 내용을 공개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오늘을 계기로 불이와 화쟁 사상으로 많은 소통이 이뤄져 국가 발전이 이바지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간단히 답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전 총리는 “특별한 사유로 찾아뵙게 됐고, 조계사에 오신 불자들께서 ‘국회의원들이 정성껏 의사 표시를 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총무원장 스님과 여러 스님과 함께 간담회 자리를 가졌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했고, 너그럽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그동안 저희 당 소속 의원의 부적절한 말씀으로 불교계 마음을 어지럽게 해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진 데 대해 참회와 성찰의 마음을 더해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108배를 드렸다”며 “더불어민주당과 불교계가 총무원장 스님께서 말씀하신 불이와 화쟁정신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수 있도록 소통과 협력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깊이 써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저까지 조계사 방문을 허락해주신 총무원장 스님과 여러 스님들께 감사 드린다”며 “불교계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이날 방문에서 현 정부와 여당에 서운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감추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참회를 ‘긍정적 신호’로 여기지만, 전국승려대회를 취소할 만큼의 해법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실장 법원 스님은 “2020년 2월 6일부터 선제적 방역지침에 따랐고 정권 안정 등 여러 부분을 도와주려고 했던 선의의 마음이 배신당했다는 상실감과 박탈감에 불씨가 붙어 이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 면담까지 마치고 나온 김영배 의원은 기자들에게 “(총무원장 원행 스님께서) 그동안 국민과 불교계에 여러 걱정을 끼친 민주당에 대해 한편으로 질책하셨고 한편으로는 적극 소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민주당의 의지와 참회에 대해 격려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 공약을 통해 종교평화차별금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보고를 드리고 그와 관련한 장치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영배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위 위원장)은 불교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전통문화 보존 전승에 필요한 제도적인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음을 밝혔다.

김 의원은 “현 정부에서 거듭된 종교편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자 공약에 ‘차별금지위원회’를 구성해 법과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또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교와 국민께 걱정 끼친 점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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