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욱, Seorak 1601, 300x107cm, 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 2016

설악산은 생태계 보고이기도 하지만 한국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이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한 백담사와 눈에 갇힌 다섯 살 동자를 구한 관음보살이 현신한 도량 오세암이 그곳에 있다. 자장 율사가 모셔온 진신사리를 모신 봉정암은 불교성지로서 설악산의 위상에 정점을 찍는다. 그런 설악산이 훼손 위기에 처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봉정암 눈앞까지 침범할 예정이고, 생태계의 보고, 한국불교의 성지라는 존엄함은 정치와 경제논리 앞에 참담하게 무너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한국의 산’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해온 임채욱 작가가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설악산을 옮겨와 위기에 처한 생태의 보고이자 한국불교 성지의 현실을 대중에게 풀어낸다.

3월 22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터뷰 설악산’전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인 설악산의 생태적 가치와 종교적 의제 등 정신적 가치를 드러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회에 임채욱 작가는 근작 60여 점을 선보인다.

▲ 임채욱, 부처바위, 500x800cm, 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 2016
임채욱 작가는 사진을 한지에 프린트한다. 인화지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한국인의 정서와 현장감을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구겨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도 했는데, 8m에 이르는 거대한 작품 크기와 맞물려 마치 설악산 일부분을 전시장에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시회는 △설악이 열리다 △설악에 들다 △설악이 펼치다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 등 네 개 파트로 나뉘어졌다. ‘설악이 열리다’에서는 운해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설악산을, ‘설악에 들다’에서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설악의 속내를, ‘설악이 펼쳐지다’에서는 파도처럼 굽이치는 능선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에서는 봉정암에 닿은 이들이 목도하는, 설악의 아름다움이 무한으로 변모하는 순간이 담겨 있다. 전시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관람객들은 마치 설악산의 풍광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임채욱 작가는 설악산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문헌과 역사적 자료들을 보여주는 아카이브와 설악산을 유람한 후 기록을 남긴 삼연 김창흡(1653~1722)의 발자취를 재현했다. 특히 부조로 만든 봉정암 부처바위 앞에 종이로 만든 돌멩이들을 쌓아두고 관객이 참여해 돌탑을 쌓게 하는 관객 참여형 설치미술도 선보인다.

아라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설악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자연적 보존의 가치를 다시금 새롭게 일깨우는 결정적인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시는 설악산의 인문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숨겨졌던 아름다움을 재발견함으로써 최근 설악산에 추진되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등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강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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